공기정화 식물같은 생기있는 詩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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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은
  • 승인 2019.11.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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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향 시인 새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발간… 7개 장에 걸쳐 90여편의 시 수록
이시향 시인의 새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표지.
이시향 시인의 새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표지.

 

공기를 푸르게 정화하는 식물처럼 시는 점점 말라가는 삶을 생기 있고 향기 나게 만든다.

이시향 시인이 자신의 필명처럼 향기 나는 시들로 가득 채운 새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를 펴냈다.

시집에는 표제작 ‘들소 구두를 신고’를 비롯한 90여편의 시가 ‘비의 음율’, ‘비밀번호’, ‘용접공 그’, ‘가을 연가’ 등을 주제로 7개 장에 걸쳐 전개된다.

시인의 시에는 특히 자신의 치열한 삶을 녹여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꽃/백사장을 잠식하는 파란 불티 파도의 출렁임/대나무 작살에 꽂혀있는 쥐치의 퍼덕거림/튀어 오른 물방울/얼음 재킷/삶의 무게로 짓누른다(수록 시 ‘환영(幻影)’ 전문)”

시 ‘환영’ 속에서 시인은 땀이 흠뻑 젖는 무더위에 얼음을 가득 채운 조끼를 입은 채 용접을 하고 있다. 고단한 용접 작업은 삶의 무게가 돼 시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시인은 튀어 오르는 파란 불티마저 ‘파도의 출렁임’이라는 시의 언어로 풀어내며 힘듦을 이겨낸다.

표제작 ‘들소 구두를 신고’에서도 “질끈 동여매고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들소 구두를 신으라고 한다/끝없는 초원을 달려가는 고달픈 들소/나를 기다리는 초원은 어디에 있는지/몇 발자국에 뒤축이 아리다”며 들소처럼 쉼 없이 달려온 시인의 고달픔과 자신만의 초원을 찾는 갈망을 담았다.

아울러 책에는 박종해 시인이 ‘삶의 현장에서 승화시킨 향수’를 주제로 이시향 시인의 삶과 시를 조명한 글이 실렸다.

박 시인은 “이시향 시인은 한마디로 삶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앞으로 어떻게 세공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빛나는 세공품을 보여 주리라 믿는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이시향 시인은 “그동안 써놓았던 시를 정리하며 시 속에 녹아 있는 일상들을 읽게 됐다. 시는 고향이며 일터이고 가족으로 완전한 나였다”며 “순수가 세상을 물들이는 날까지 시 쓰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시집에 적었다.

제주 출신의 이시향(본명 이승민) 시인은 2003년 계간 ‘시세계’, 2006년 ‘아동문학평론 동시’로 등단했다.

울산예술문학상, 울산동요사랑대상, 울산아동문학상, 울산남구문인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마주보기’, 디카시집(공저) ‘삼詩 세끼’,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가 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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