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point]태국에 다녀왔습니다
[Global Viewpoint]태국에 다녀왔습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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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절약하려고 중국 항공사 편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베이징을 거쳐 방콕으로 갔습니다. 비행시간만 18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길이었습니다.

중국 항공기가 한국 항공기와 다른 점을 즉시 알 수 있었습니다. 기내방송을 한국 항공기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로 하는데 중국 항공기에서는 중국어와 영어로만 했습니다. 승무원도 한국 항공기에는 한국인·중국인·일본인이 제각기 그 나라 국기가 그려진 명찰을 달지만 중국 항공기에는 중국인 승무원들만 배치돼 기내봉사를 합니다. 그들은 영어발음이 좋지 않아 방송내용을 알아듣기가 힘들었습니다. 한국 항공기의 항공료가 중국 항공기보다 비싼 이유를 알만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와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기에는 빈 좌석이 거의 없었지만, 베이징에서 방콕으로 가는 항공기는 좌석점유율이 반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다리를 쭉 펴고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태국에 도착해서 입국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제가 투숙할 호텔 이름을 적어놓지도 기억나지도 않아 문제가 될까 염려했습니다. 그런데 방콕에 도착해서 비행기 밖으로 나왔더니 제 제자가 비행기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보안관처럼 보이는 정복 청년 한 사람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 정복 청년이 저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후에 제 제자의 말대로 그들을 따라갔더니 어느새 비행장 밖이었습니다. 세관 검사도 이민국 검사도 받지 않고 나온 것입니다.

곧이어 위에서 말씀드린 정복 청년이 입국도장이 찍힌 제 여권을 돌려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저의 질문에 저를 마중 나온 제자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제 아버님을 통하면 웬만한 일은 다 됩니다.”라고 말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영향력을 남용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역시 태국은 사회적으로 한참 뒤진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콕을 찾은 것은 제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또 다른 제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투숙한 호텔은 방콕에서는 최고급(5성급) 호텔이라는데 이 호텔에는 수십 명의 하객들이 투숙하고 있었고, 결혼식과 피로연도 이 호텔에서 진행된다고 했습니다. 층계의 난간이 모두 생화로 장식되어 있어 호텔 대부분을 혼가에서 사용하기로 예약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아침 7시부터라고 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음날이었고 결혼식 행사는 하루 종일 진행되었습니다. 혼가 가족들이 손과 손에 귀중하게 보이는 장식물을 들고 식장에 입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십여 명의 불교승려들이 일렬로 앉아 있는 단 아래에서 신랑신부가 무릎을 꿇고 승려들과 뭔가를 주고받는 행사가 있었고 신랑신부를 축복하는 염불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의식은 제가 목격한 장면을 일일이 다 말씀드릴 수 없을 정도로 길었습니다.

하객들을 위한 화려한 오찬도 대단했지만, 저녁에 대형 무도장에서 열린 축하행사는 요란하다는 표현을 넘어 거창했습니다. 2천여 명이 모여든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고, 부수상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장관과 국회의원들도 참석했습니다. 제 옆에 있던 한 분은, 이 정도의 결혼식은 미화로 적어도 50만 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가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여튼 제가 목격한 결혼식 중에서 가장 거창한 결혼식이었습니다. 이틀을 묵은 뒤에 체크아웃을 하려 했더니 제 숙박비를 혼가에서 다 치렀다고 했습니다. 축하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그처럼 호화스런 결혼식이 지혜롭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홍병식 미국 LA, PSU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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