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정치] 정치가 혐오스러워도 등은 돌리지 말자
[바른 정치] 정치가 혐오스러워도 등은 돌리지 말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1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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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은 무엇일까?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서 실시한 대한민국 직업 신뢰도 조사(2018년 12월)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1위는 과학자(신뢰도 42%)가 차지했고 의사(28%), 교사(27%)가 그 뒤를 이었다. 신뢰도가 가장 낮은 직업은 신뢰도가 고작 8%에 그친 정치인이었다.

정치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 보니 정치를 싫어하는 것을 넘어 정치를 혐오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다른 혐오 선언과는 달리 정치혐오 선언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지금 정치판을 보면 그럴만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대체로 정치인을 불신한다. 도대체 대한민국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정치혐오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손 쓸 수 없이 부패한 정치’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정치면을 뜨겁게 달군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관한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그와 이를 둘러싼 여야의 비방이 매일같이 뉴스매체를 도배하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어떤 사람은 개혁과 공정의 아이콘인 조국이 저 지경이라면 누굴 정치판으로 보내도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은 없을 거라고 탄식했다.

매일같이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국민들에게 그런 이야기는 너무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어차피 썩은 정치에 변화를 줄 수 없다면 굳이 스트레스를 더해가면서 신경 써야 하나 싶은 것이다. 조금만 등한시해도 훅훅 바뀌는 정치이슈와 새로 생겨나는 정치용어들이 가져다주는 스트레스에 정치혐오까지 가세하면서 정치는 이미 우리에게 지겹고 싫은 존재로 변모했다.

간접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또한 정치혐오에 불을 붙였다.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의 뜻을 이루어낸 경험 이후로 정치인은 못 믿겠다.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하지만 모든 의제와 사안을 광장에서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는 없다. 정치인은 믿을 수 없고 정치판은 답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일궈놓은 간접민주주의라는 제도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민이 하루종일 정치를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바쁜 국민 대신 정치를 하라고 뽑는 게 바로 국회의원이니, 비록 국민적 혐오의 대상이라 해도 정치인은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존재다.

정치인에 대한 비호감과 투표를 해도 바뀌지 않는 정책 등 정치혐오의 원인은 많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히 정치가 싫다, 혐오스럽다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정치는 더 빠르게 부패한다. 물론 부패한 정치 때문에 국민이 외면하는 것인지, 국민이 외면했기 때문에 정치가 부패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정치인이 어떤 정치를 하든 국민이 혐오와 무관심으로 눈을 돌리고 방치하면 민주주의가 더욱 퇴보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분명 시민들의 감시로 자리 잡은 바른 정치의 이득을 보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정치인의 부패를 감시하고 부정이 없나 살피고 돌보는 손길 하나하나가 지금의 사회를 만들었다. 눈을 뜨지 않으면 바로 앞에 펼쳐진 절경도 아무 소용이 없듯, 권리를 가지고도 외면하면 민주주의 또한 진정한 가치를 잃게 마련이다.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막을 수 있는 부패를 주변을 집어삼킬 정도로 키우는 것도 무관심의 부작용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 민주주의를 위해 아직도 피를 흘리는 나라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윗세대가 흘린 피를 자양분삼아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나라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원하는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되었다. 그저 지긋지긋하다는 이유로, 보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정치를 놓아버리기엔 우리가 일궈낸 민주주의의 가치가 너무 크지 않은가.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쳐다보기만 해도 싫고 인상이 구겨지는 그 심정에 공감한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항상 정치는 깨끗해져야 한다는 바람, 그러기 위해 내가 기분이 나쁘더라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저마다 가졌으면 좋겠다. 시민이라면 투표권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처럼 정치에 대한 참여도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민주시민의식을 가진 국민이 많아진다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킨 기존의 정치판을 개혁하고 좋은 정치를 만드는 정치인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김다희 울산 북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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