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과연 가능할까?
모병제, 과연 가능할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12 2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 공약의 하나로 ‘모병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그동안 연구해온 내용을 토대로 총선기획단과 정책위원회 등이 당 차원의 모병제 공약을 검토·논의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했다. 모병제를 사전에서는 ‘강제로 징병하지 않고 본인이 지원하는 직업군인들을 모병하여 군대를 유지하는 병역제도’라고 정리한다. 이와 반대되는 제도가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징병제다.

모병제가 거론되면, 앞으로 입대할 젊은이와 그 가족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징병대상이 되는 젊은이들은 모병제가 실시되면 자신의 인생설계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군대의 장점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입대하려는 젊은이가 있는 반면 군대를 부정으로 보고 입대에 부담을 느끼는 젊은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필자가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20여년 전, 육군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26개월이었다. 그런데,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된다는 말이 나돌자 현역에 복무 중이던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장 전역일이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국, 2003년에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은 24개월로 단축되었다. 현재는 복무기간이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단축되어 육군은 18개월,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2개월이 될 예정이다.

군 모병제에 대해 국민 다수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의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 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병사에게 월급 300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모병제 도입’에 대해 반대 52.5%, 찬성 33.3%로 집계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해 2025년부터는 징집인원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모병제를 실시해야 하고, 장기 복무자를 확보해 전문기술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방 및 청년일자리 차원의 공약으로 월급 약 300만원을 주는 직업군인의 형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모병제가 군 장병들의 급여·복지·처우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수는 있으나, 이 사안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일반 기업체의 임금수준, 물가상승률, 다양한 수당을 포함한 급여수준을 소화할 수 있는 국가예산 확보가 가능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예산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모병제로 선발한 직업군인들에게 높은 국가관·안보관·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행하는 모병제를 왜 우리나라에서는 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징집제도를 논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안보환경과 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군사대국인 미국에서도 때로는 모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등록금 보조, 각종 수당 지원 등의 혜택을 내세워 모집 홍보를 하고 있지만, 병력난이 생길 때는 지역 모병사무실에 분기별 할당량을 부여하기도 한다. 모병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모병제 공약으로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그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많은 부분들이 세심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모병제 시행을 논하기 전에 먼저 애써야 할 것은 진정한 선진 병영문화를 완전히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다. 이전에도 군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군대, 그들의 가족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소령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