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리뷰] 현대예술관 ‘에릭 요한슨’ 사진전
[전시회 리뷰] 현대예술관 ‘에릭 요한슨’ 사진전
  • 김보은
  • 승인 2019.11.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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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몰랐겠지만…” 속삭이는 상상력의 향연
현대예술관의 '에릭 요한스' 사진전 메인 작품 'Demand and Supply'.
현대예술관의 '에릭 요한스' 사진전 메인 작품 'Demand and Supply'.

 

누군가 당신에게 “너는 아직 몰랐겠지만 사실은 달의 모양이 바뀌는 이유는 누군가 매일 달을 교체해주기 때문이야”라고 속삭인다. 터무니없는 소리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군가가 ‘에릭 요한슨(Erik Johansseon)’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그는 꿈속에서나 볼법한 밤하늘의 달을 바꿔단다는 상상을 현실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의 2017년 작품 ‘Full Moon Service’에선 서비스 센터 직원들이 차량에서 달을 꺼내 하늘의 달고 있는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돼 있다. 달을 실었던 차량 겉면에 업체의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 주소 등 디테일까지 살려 마치 진짜 현실을 마주한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달 18일부터 현대예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첫 아시아순회사진전은 ‘Full Moon Service’와 같은 상상 그 이상의 초현실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스웨덴 출신의 에릭 요한슨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힐 정도의 세계 정상급 사진작가이자 리터칭(수정) 전문가다.

그는 1년의 8점 미만의 신작을 전시회가 아닌 자신의 웹사이트에서만 발표하는 데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을 화면이 아닌 인화된 상태로 감상할 수 있어 더 의미가 있다.

전시장에는 각기 다른 색상의 벽면으로 구분된 4개 섹션을 통해 울산서 최초 공개되는 신작 6점을 포함한 5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어릴 적 상상, 꿈꾸던 미래’, ‘어젯밤 꿈’, ‘너만 몰랐던 비밀’, ‘조작된 풍경’ 등의 주제로 이어지며 작품 옆에는 작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도 짤막하게 보여준다.

전시장 한쪽에는 에릭 요한슨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에릭 요한슨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작품 의미부터 탄생 과정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즐기면 풍선을 타고 날아간다는 유쾌한 상상부터 내려가다 보면 막다른 벽에 막혀 미지의 공간에 갇히는 기이한 경험까지 할 수 있다.

특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은 울산 전시의 메인 작품인 ‘Demand and Supply’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곧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섬 아랫부분은 포클레인이 흙을 파헤치고 있고 섬 윗부분 자리한 크레인은 이를 끌어 당겨 발디딜틈 없이 빽빽한 공장으로 가져간다.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성장만 거듭하는 모습이 우리에게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시장 한편에는 마련된 그의 작업과정을 소개하는 코너도 이 전시의 관람포인트다. 그의 스튜디오를 재현해놓은 공간에서 그가 어떻게 머릿속의 상상을 구체화하는 지 엿볼 수 있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전 그가 스케치 해놓은 그림도 걸려 있어 실제 완성된 작품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준다.

전시는 다음달 29일까지 이어진다. 더 늦기 전에 상상을 제한하던 모든 것에서 잠시 벗어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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