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새로운 인생 사는 기분”
“그림으로 새로운 인생 사는 기분”
  • 김보은
  • 승인 2019.11.0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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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분홍 할머니, 꽃 그림 책 펴내… 장미 등 보타니컬 아트 작품 100여점 실려
권분홍 할머니가 자신의 '꽃 그림책'을 들고서 미소 짓고 있다.
권분홍 할머니가 자신의 '꽃 그림책'을 들고서 미소 짓고 있다.

 

“집에 그림 스케치북도 많은데 그냥 두면 언젠가는 버려질 것 같았죠. 큰 맘 먹고 책을 만들기는 했는데 책이 나오고 나서도 부끄럽기만 해요. 보는 사람들이 욕이나 안 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꽃 그림책’을 펴낸 울산시 북구 염포동에 살고 있는 권분홍(74)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의 책에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미, 목련, 무궁화 등 소재로 한 100여점의 꽃 그림이 실렸다. 할머니는 책에서나 볼 법한 꽃들을 직접 보거나 책, 사진으로 찾아 정교한 보타니컬 아트로 표현했다. 보타니컬 아트란 식물을 관찰해 그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는 ‘식물세밀화’로 기록화에서 시작해 현재는 하나의 미술 장르로 발전했다.

할머니가 그림을 시작한 건 10여년 전.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할머니는 북구노인복지관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다. 배움에 푹 빠져 있었지만 복지관 강사의 사정으로 더 이상 수강할 수 없게 되자, 딸이 추천을 받아 농협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보타니컬 아트에 입문해 그를 왕언니라 부르는 젊은 수강생들 틈에서 신나게 작업에 열중했다. 이번 책에 담긴 작품들은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권분홍 作 풀숲의 종달새
권분홍 作 풀숲의 종달새

 

할머니는 그림책 발간에는 북구예술창작소도 크게 한몫했다고 전했다. 창작소 입주작가들과 진행한 지역연계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고 자신도 그림책을 낼 결심을 하게 된 것. 창작소는 입주작가들과 지역민들이 드로잉 작품을 교환하고 결과물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지역연계프로젝트를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북구예술창작소에서 열린 ‘소소함이 있는 그림전’에선 아예 권분홍 관을 따로 만들어 할머니의 작품 10여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권 할머니는 “이렇게 전시도 하고, 책도 내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주변 친지들이 ‘인생 보람있게 살았다’고 말해주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혼자 있을 때 그림을 그리면 적적할 틈이 없이 시간이 잘 간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구예술창작소가 마련한 ‘소소함이 있는 그림전’은 창작소 직원들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함께 그린 그림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권분홍 할머니를 비롯해 김금순, 김동순, 김일순, 김옥순, 김종심, 김화, 변점순, 임순남, 이순자, 전덕임, 천애자 할머니의 그림이 걸렸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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