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가 있는 저녁 / 윤봉덕
모자가 있는 저녁 / 윤봉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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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저녁이라고 부르는

휘어진 등이 모자 같은 날

 

일 년이면, 그런 날은 어쩌다 한 번

 

심장이 그 속으로 숨는 

 

모자의 사전적 의미는 추위, 더위, 먼지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기 위한 머리에 쓰는 것을 총칭한다.

울산은 지리적으로 동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사진을 얼핏 보았을 때 ‘해가 떠 있기에 아침인가’하는 착각을 가지는 지리적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윤봉덕 시인은 지리적으로 서쪽에 위치한 수도권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앞에서 사전적 의미를 보았듯이 모자는 어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이다.

어쩌면 작가는 모자라는 보호 속에 ‘편안한 저녁을 상상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매일매일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위를 향해 당겨진 활처럼 휘어진 등이 펴질 날이 없지만 그 속에서도 어딘가에 위안을 받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휘어진 등이 모자 같은 도구의 보호로부터 안전한 은신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모자에 관련한 이우걸 시인의 ‘모자’라는 시의 시구처럼 우리의 필요에 의해 모자는 태어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모자’ 시를 짧게 소개하며 모자 속에서 심장이 뛰는 멋진 하루가 되시길 바란다.

‘모자의 내면을 다 읽는 사람은 없다/모자는 모자니까 그저 쓰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그저 단순히 모자인 모자는 없다/튼튼한 방패이거나, 섬세한 장식이거나, 눈부신 휘장이거나, 또 하나의 가면이거나/수많은 필요에 의해 모자는 태어난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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