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월계화를 아시나요?
[조상제의 자연산책] 월계화를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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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간이 가장 긴 꽃은 무엇일까요? 얼마나 오랫동안 꽃을 피울까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무려 7개월간이나 꽃을 피운다면 여러분 믿겠습니까? 그런 꽃이 있습니다. 겨울팬지입니다. 팬지는 내한성이 강해 남쪽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노지에서 얼어 죽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팬지는 이듬해 더욱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아름다운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인간의 품종개량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어 개화기간이 긴 많은 식물들이 육종되었습니다.

남미가 고향인 페튜니아(Petunia). 페튜니아를 덩굴성으로 육종한 샤피니아(Surpinia). 둘 다 현대 도시조경에 없어서는 안 될 품종으로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길게도 꽃이 핍니다. 여름 내내 다리 난간 위에서 피는 꽃 보셨죠? 이 밖에도 백일홍, 베고니아, 샐비어, 배롱나무도 적어도 백일 동안은 꽃이 피는 종입니다.

그런데 월계화(月季花 Rosa chinensis)란 말 들어보셨나요? 月季花. ‘달마다 꽃이 핀다.’ 아니면 ‘계절마다 꽃이 핀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달마다 꽃이 피고 계절마다 꽃이 핀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올 가을에 공업탑로타리나 신복로타리, 문수공원, 그리고 도로가에서 장미꽃이 핀 것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봄과 여름에도 장미가 피었는데 가을에도 핀다.’ ‘장미가 수시로 꽃이 핀다.’? 이 장미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원래 서양의 고유장미는 여름 한철에만 피는 여름 장미였습니다. 일 년에 한번만 꽃을 피우는 장미를 고전장미(Old Rose)라 합니다. 반면에 중국과 한국에는 일 년에 여러 차례 개화를 반복하는 정원장미가 있었습니다. 이를 중국에서는 월계화(Rosa chinensis)라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사계화(四季花)라 불렀습니다.

강희안은 그의 양화소록에서 “사계화는 세 가지 품종이 있다. 붉은 꽃이 음력 3월, 6월, 9월, 12월에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하였습니다. 또 “보통 꽃은 한 해에 두 번 필 수가 없지만, 이 꽃만은 사시(四時)를 독차지하여 환하게 꽃을 피운다. 꽃을 피우려는 마음이 잠시도 쉰 적이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중국의 문헌에는 월계화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월계화는 물이 흐르는 곳이면 곳곳에 자란다. 인가에서 자주 꺾꽂이로 심는다. 푸른 줄기나 긴 넝쿨이 붙어있고 잎은 장미와 비슷하다. 잎과 줄기에 모두 가시가 나 있다. 꽃은 홍색, 백색, 담홍색 세 색깔이 있다. 달마다 한 번씩 꽃이 피어서 사계절 끊어지지 않는다. 장미의 한 종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18세기 말 중국의 월계화가 인도를 거쳐 유럽에 전해집니다. 이 시기는 영국 등 유럽에서는 원예(園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식물채집가(plant hunter)들이 동양의 희귀식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시기입니다. 1789년 동인도회사에 근무하던 존 리브는 영국 런던의 이름난 정원가인 길버트 슬레이터(Gilbert slate)에게 붉은 색 월계화를 소개합니다. 후에 슬레이터스 크림슨 차이나 로즈(Slater’s Crimson China Rose)로 명명되는 이 장미가 기록상 동양에서 서양에 전해진 첫 월계화 장미가 됩니다.

즉 월계화가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의 고전 장미와 결혼해서 현대장미 사계장미가 된 것입니다. 동양의 장미가 현대장미의 어머니인 셈이죠. 최근에는 월계화뿐만 아니라 여러 야생장미를 교잡시켜 육종가들은 수많은 사계장미의 품종을 개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찔레꽃, 해당화, 인가목, 돌가시나무도 야생장미의 일종이죠.

베이징에서는 2016년 5월 세계 월계화대회가 열렸는데 송이마다 특색이 다른 2천300여종의 월계화가 선보였다고 합니다. 도로가에서 5월이 아닌 여름과 가을에 장미가 보인다면 이 장미는 그 원종이 사계화나 월계화인 사계장미입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이 장미를 월계화라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계장미라 부릅니다. 정말 형형색색의 다양한 사계장미가 있죠.

조상제 범서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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