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기적, 울산의 기적으로
말뫼의 기적, 울산의 기적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1.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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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스웨덴 말뫼 주민들은 스웨덴 최대 조선소인 코쿰스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1달러에 팔려 나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말뫼의 눈물’로 불리는 이 크레인은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가동되고 있다. 조선소가 폐업한 후 말뫼는 수만 명이 실직하고 도시는 황폐화됐다. 실직과 빈곤의 그림자가 덮쳤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렀다.

주민들은 시름에만 젖어있을 수는 없었다. 지역사회가 부활의 의지로 머리를 맞댔다. 1994년 리팔루 시장이 당선된 후 말뫼시는 변화를 준비했다. 부활의 시작은 1998년 말뫼대가 설립되면서부터다. 말뫼는 이 대학의 외국인 학생들이 스웨덴 학생처럼 말뫼에서 취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을 하는데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았다. 말뫼대가 유치한 인재들은 졸업 후 자연스레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지역 스타트업에 취업하면서 말뫼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지금 말뫼는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 잡으며, 유럽 각지의 젊은 인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말뫼의 눈물’을 딛고 ‘말뫼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울산 동구 정천석 청장과 동구의원 4명, 관련부서 공무원 등 8명이 지난 3일 스웨덴 말뫼로 향했다. 이들은 오는 10일까지 스웨덴 말뫼와 독일 함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 등지를 방문한다. 조선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동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이러한 목적이라면 스웨덴 말뫼는 최적의 선택지다. 정말 잘 보고, 느끼고, 배우고 돌아왔으면 한다.

산업수도라 불리는 울산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3대 주력산업과 함께 비철금속, 플랜트 등 2차산업군이 둥지를 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는 현재,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래서 높다. 산업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소리는 10여년 전부터 나왔다.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자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덩치가 큰 산업들은 변화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엔 중국의 추격이 매서웠다. 지금도 중국은 저임금으로 한국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동남아 국가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저임금, 광활한 땅, 국가적 지원 등을 등에 업고 중국으로부터 ‘세계의 제조공장’ 타이틀을 이어받고 있다.

울산의 미래는 스웨덴 말뫼를 본보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말뫼가 ‘기적’을 불러 일으켰던 핵심은 말뫼대였다. 이곳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이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취업도 한다.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울산에는 유니스트(UNIST)와 울산대, 울산과학대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유니스트와 울산대의 효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다. 이 두 학교에서 만들어진 스타트업들은 자동차, 조선, 바이오, 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미래에 유망한 기업들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유니스트에서 창립된 몇 개의 바이오산업 관련 스타트업들은 유니콘(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니스트 한 곳만으로도 이럴진대 더 많은 대학들이 만들어진다면 그 효과는 ‘제2 울산의 기적’이 되지 않을까.

울산시와 시민사회가 대학의 유치나 설립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울산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소규모 대학 유치나 공유캠퍼스 등의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며 대학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학의 유치나 설립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울산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학 유치의 당위성을 인구유출 방지에서 찾으려 해선 안 된다. 울산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오직 대학 유치와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가 담보할 것이다. ‘말뫼의 기적’이 울산이 걸어가야 할 미래다.

정인준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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