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 한방환
은행 / 한방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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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할 땐 좋아하고

대출할 땐 까다롭네

 

노란 열매 예쁘더구먼

떨어지니 싫다하네

 

시월을 시작하며 불어온 제18호 태풍 '미탁'이 울산을 휩쓸고 지나간 거리에는 태화강변을 비롯하여 여러 시설물이 피해가 만만하지 않았지요. 

그때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銀杏)의 피해도 밟지 않고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은행(銀杏)길이 되었습니다. 

이 길이 은행(銀行)으로 대출을 받으러 가는 길이라면 돈을 빌리기가 고약한 구린내만큼 힘들고 까다롭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반대로 은행(銀行)에 예금하러 가는 길이라면 조건이 없이 돈만 있으면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은행(銀行)의 심리처럼 나무에 매달려있거나 겉껍질과 속껍질을 제거하고 살짝 볶아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도 최고인 은행(銀杏)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은행이라는 동의 음을 통해 삶의 단면까지 잘 보여주는 맛있는 디카시 잘 읽었습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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