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기운 주며 무딘 칼 갈듯 글 정진할 것”
“밝은 기운 주며 무딘 칼 갈듯 글 정진할 것”
  • 김보은
  • 승인 2019.10.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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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필 울산우체국장 인터뷰
세번째 시조집 ‘금빛 멜로디’ 발간
수록시 ‘수령서 한 장’울산문학상
공무원·시인으로 두마리 토끼 잡아
이영필 울산우체국장.
이영필 울산우체국장.

 

“다작을 못한 아쉬움은 있죠. 하지만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투리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어요. 의지를 갖고 몰입해 시인과 행정공무원 두 가지 일 모두 해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세번째 시조집 ‘금빛 멜로디’를 펴낸 이영필 울산우체국장은 본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30일 이같이 답변했다.

이영필 국장은 1961년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서 태어나 1981년부터 38년간 행정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올해 1월 1일부로 울산우체국장에 임명돼 울산우체국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울산우체국장뿐만 아니라 그에겐 ‘시인’이란 타이틀도 있다. 그는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을 받고 이듬해 시조문학 추천,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으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 25년간 활동하면서 ‘목재소 부근’, ‘장생포 그곳에 가면’ 등의 시조집을 펴냈다.

새 시조집 ‘금빛 멜로디’가 나온 건 6년만이다. 낮에는 직장생활 하고 밤에는 가정을 챙긴 뒤, 새벽 일찍 일어나 조금씩 써내려간 시들이다. 3부에 걸쳐 40여편 수록됐다.

표제작 ‘금빛 멜로디’를 비롯해 ‘수령서 한 장’, ‘꽃피는 정미소’ 등 그의 시는 주로 과거에 비춰 현재를 들여다보고 있다. 무언가 의도하기 보단 일상생활에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다르게 또는 낯설게 보고,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 그늘진 이면을 포착한다.

그는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의 애환을 보는 것처럼 시인은 일상생활을 낯설게 봐야 한다”며 “어릴 때 살던 시골동네를 상상하는 등 과거의 일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시조집 '금빛 멜로디' 표지.
시조집 '금빛 멜로디' 표지.

 

특히 그는 시 ‘수령서 한 장’에서 팍팍했던 할아버지의 삶에서 윤택하게 살아도 결핍된 현재를 바라봤다.

“뺏어간 놋주발에 풀벌레 흐느껴 운다/논두렁 양지쪽에 고개 쳐든 다복쑥은/손사래 치는 억새꽃을/맨발로 서서 지켜보고//한지에 꾹꾹 눌려 밭고랑 지은 글씨/대파 몇 단 남은 들판 매운바람 끝자락은/뒷마당 돌아앉은 무쇠 솥/아궁이를 휘저었다(시 ‘수령서 한 장’ 중에서)”

그는 할아버지가 공부하던 고서를 모아둔 박스에서 시의 배경이 된 ‘수령서’를 찾아냈다. ‘콩 몇 되, 쌀 몇 되…’라 한자로 써놓은 수령서에서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일제강점기 생활을 유추했다. 거기다 꾹꾹 눌러 세로로 눌러쓴 할아버지의 글씨를 ‘밭고랑’이라고 한 시적 표현도 돋보인다. 이영필 국장은 이 작품으로 올해 ‘제19회 울산문학상’을 수상했고 심사위원들에게 탄탄한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제목부터 밝은 이미지를 주는 표제작 ‘금빛 멜로디’도 눈길을 끈다.

그는 “가을에 어울리는 시로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요즘같이 정서적 순화가 필요한 시기에 자연을 벗 삼아 감상할 수 있는 시”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이영필 국장은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치열하게 글을 쓰고 싶다.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겨 작품 수를 늘리고픈 욕심이 생겼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밝은 기운을 주면서 무딘 칼을 갈듯이 글을 정진해가겠다”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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