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日 불매운동이 효과 높여
자발적인 日 불매운동이 효과 높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2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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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유니클로의 TV 광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광고에 나온 한글 자막이 위안부 문제 제기를 조롱하고 모독하는 의미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의도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상한 해석이 될 수 있는 광고로 많은 분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광고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했던 일본 대표 패션브랜드가 불매운동이 전개된 이후 4개점이 폐점했고 매출도 급감한 사실을 벌써 잊었나.

언론보도를 보면 국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일본 브랜드는 맥주와 자동차, 의류 등이다. 특히 맥주는 거의 모든 편의점에서 일본맥주에 대한 ‘4캔에 1만원’ 프로모션을 없앤 이후 팔리는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솔직히 술을 즐기는 애주가 입장에서 우리나라 맥주는 너무 선택의 폭이 좁고 맛도 밋밋하다. 그런데도 일본맥주를 마시지 않는 것은 다른 대체품이 있기 때문이다. 맥주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제품도 매출이 쑥 빠진 지 오래다. 일본 자동차는 직격탄을 맞았고 일본 여행 보이콧은 더욱 도드라진다.

여름 휴가철이자 해외여행 성수기 때의 일본행 항공권 발권 수는 지난해 대비 78% 급감했고, 대마도행 승선권 매출은 92%나 줄어 사실상 실적이 없는 수준이다. 일본을 향하던 발길들은 국내가 아닌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항공권 발권 순위 상위권을 동남아 국가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1위는 베트남 다낭이고 태국 방콕, 미국령 괌, 대만 타이베이, 필리핀 세부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등 일본의 주요 도시가 톱5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왜 이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지 못하는 걸까. 태화강 국가정원이 지정된 울산에게도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예전의 불매운동은 몇몇 시민단체가 주도했다면, 이번엔 국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안 사고, 안 팔고, 안 먹고, 안 가는’ 불매운동이 이뤄지면서 일본제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SNS를 통한 공유문화와 자발적 불매운동이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또한 국산품의 품질 상승도 큰 영향을 줬다. “이제는 한국제품도 쓸 만하다”고 여기니 굳이 일본제품을 선택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과거에는 일본이 경이로운 벤치마킹 대상이었지만, 젊은 세대에겐 일본은 단지 디지털 혁명이 뒤처진 나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필자가 감사로 NGO(비정부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사)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국제소비자기구(CI) 이사단체, 유엔경제사회이사회(UN ECOSOC) 협의지위 NGO다. 소시모는 한국사회에서 국제적인 시각과 전문성을 갖고 소비자운동을 전개하자는 취지로 1983년 1월 창립된 자발적·비영리적·비정치적 전문 소비자단체다.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을 통하여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2004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월간 소비자전문지인 ‘소비자리포트’를 발간하면서 소비자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지금 분위기로는 일본 불매운동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인 문제는 자존심과 결부돼 있는데 이를 건드린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는 가격 등 경제적 요인 외에도 자존감을 높이는 소비를 선택한다. 착한 소비와 현명한 소비자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이 기회에 우리의 소비패턴과 생활패턴을 바꿔야 한다. 울산에서도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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