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산택] 관포지교(管鮑之交)
[태화강 산택] 관포지교(管鮑之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01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졸업이 한창이다. 오랫동안 함께 공부하며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은 크나큰 아쉬움이 다. 그동안 서로간의 우정이 많이 쌓여 있었을 텐데 졸업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관포지교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관포지교는 중국춘추전국시대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淑牙)의 우정이 아주 돈독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어릴 때 어른들이 들려준 우정을 확인하는 얘기가 생각난다. 옛날 아주 절친하게 지내는 네 명의 친구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친구가 다른 세 명의 마음을 떠 보기 위해 우정을 확인하는 일을 했다. 어느 날 한 밤중에 볏 짚단을 사람모양으로 만들어 어깨에 메고 친구 집을 향했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친구 집에 들러 “내가 사람을 죽였는데 어쩌면 좋겠나?”하고 어깨에 메여진 것을 보여 주니 자초지종을 물어보지도 않고 매몰차게 내쫓아 버렸다. 그동안 쌓아 왔던 친구의 우정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평소 두 번째로 친하다는 친구 집에서는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른다.”고 외면해 버렸다. 보통으로 친하다고 생각한 세 번째 친구는 “친구야! 어쩌다가 이러한 일을 했나. 자네 같이 착한 사람이 실수로 이러한 일을 저질렀는가 보는데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잠을 잔 후에 진정을 하고 날이 새면 자수를 하게나.” 어느 친구가 진정한 우정을 가졌는지 더 이상 친구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이 가운데 친구가 될 사이도 있을 것이다. 또는 형, 동생 하면서 지낼 사이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귄 인간관계도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탓에 더욱 각박해져 간다. 친구사이의 우정도 다를 바 없다. 돈, 명예 혹은 권력 때문에 친구를 등져 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간혹 본다.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도 권력 때문에 친구간의 우정이 깨어진 경우도 있지 않는가? 나의 어릴 적 죽마고우 가운데 유별난 친구 한 명이 있다. 그는 돈에 대해서는 인정사정이 없다. 돈과 연관되지 않는 일에는 관대하지만 금전적으로 이익문제가 개입되면 용서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겨지지만 그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이다. 겉으로는 평소에 친구를 위하고 생각해 주는 척 하지만 깊은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 이하의 짓거리를 한다. 친구의 거래처를 빼앗은 경우가 있는가하면 남에게 주어야 할 물품대금을 이 핑계 저 핑계로 주지 않는 일도 있다는 얘기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깊은 내막을 잘 모르는 다른 친구들은 그가 평소에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주고 생각하는 줄 착각을 하곤 한다. 10 여 년 전에 어느 친구가 그에게 미안함을 무릅쓰고 어려운 형편을 얘기하고 돈을 빌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그 친구의 쪽박까지 깨어버린 일이 있기도 했다. 그가 친구에게 대접해 준 것은 된장찌개 점심 한 그릇 사 준 것 밖에 없다. 그에게 관포지교의 우정을 말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친구와 술은 오랫동안 익힐수록 좋다고 했다. 사회가 아무리 급변하고 인심이 흉흉해 진다고 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우정이다. 여러 친구들이 모두 부자가 되고, 높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출세를 할 수는 없다. 사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이 있을 터이고, 실직을 하여 어렵게 사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나이가 50 대를 넘겨도 반반한 직장이 없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 굳이 우정을 얘기하지 않아도 인생이라는 것은 조금 잘 되어 있다고 우쭐할 것이 아니고, 자신이 뒤쳐져 있고 현재의 상황이 어렵다 해도 좌절할 일은 더욱 아니다. 진정한 우정은 잘 되어 있는 친구들만이 가지는 특권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