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아 오지 마라
태풍아 오지 마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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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한 해 우리나라는 태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태풍 내습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59년으로 7개의 태풍이 찾아왔는데, 올해도 벌써 7개나 내습해 귀중한 인명과 재산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만든 환경변화로 태풍의 강도와 숫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가장 세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던 제19호 태풍 ‘하비기스’는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그다지 심각한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열대성 저기압에서 태풍으로 발달한 순간부터 동해안 쪽으로 빠져나가 소멸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태풍의 진로와 발달과정을 걱정하며 지켜보아야 했다.

태풍은 위도가 5~25°, 수온이 27℃ 이상인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으로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일 때 태풍(颱風, Typhoo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북미에서는 허리케인,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 오스트레일리아는 윌리윌리라고 부른다. 태풍이 발생하면 안전을 총괄하는 부서는 물론이고 관계공무원들은 일반시민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긴장하고 더 긴밀하게 대처한다.

우리 동구는 지역 특성상 바람의 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어선을 인양·결박하고, 해안가 주변 방문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안내하기 위해 많은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지만 피해가 발생하면 질타와 책임을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와 2016년 태풍 ‘차바’의 내습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바람에 시민들의 질타를 받아가며 복구에 매진하던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여름에 찾아온 태풍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태풍은 지난 9월 22~23일 울산을 지나갔던 ‘타파’였다.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동구 지역에서는 300여건의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대부분 강풍에 의한 가로수 넘어짐, 간판 및 지붕 탈락, 건물 외장재 떨어짐, 담장 및 표지판 파손 등이었고, 폭우에 따른 하수역류 민원도 잇따랐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한 건도 없었다. ‘타파’를 제외한 나머지 태풍들도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대비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구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태풍이 예보되면 실제로 내습하기 3~4일전부터 태풍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수시로 열고, 각 분야별로 태풍 대비에 들어간다. 해안가 등지에 설치된 재난 예·경보시설을 활용해 태풍 진행상황을 수시로 전파하고 해변과 야영장, 공원 등지에서 야영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서 서둘러 귀가하도록 안내한다.

또, 방어진항과 주전항 등지를 찾아 어선 190여척을 안전하게 결박하거나 육지로 끌어올리고, 바다에 쳐진 어망도 미리 철거해 둔다.

범람 우려가 있는 주차장을 찾아서 차량을 대피시키고, 급경사지 44곳과 산사태 취약지역 5곳에 대한 사전점검에도 나선다. 하천 주변과 대규모 공사장도 미리 둘러본다.

태풍 ‘타파’에 뒤이어 지난 9월 28일에는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화재피해를 복구하던 중에 제18호 태풍 ‘미탁’이 들이닥쳐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갔다. 올해 여름과 가을의 잦은 태풍에도 피해가 크지 않았던 것은 운이 좋기도 했지만, 이와 같은 철저한 대비 덕분인 것만은 분명하다.

시민들은 자연재난이 발생하면 서둘러 대피하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현장으로 비상출동을 해야 한다. 지난여름부터 폭염, 태풍, 강풍, 호우 주의보·경보 등 특보가 잇따랐는데, 야간출근은 물론이고 이따금 밤샘근무도 해야 한다. 재난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이런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의 잦은 태풍과 재난 발생 때, 밤새워 재난에 적극 대비해 준 동료 공무원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재난 대비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예산이 반영되어 방재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재난에 대한 위기의식도 그 못지않게 필요하다.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외출 자제 등의 주의사항을 재난문자로 발송한다. 그런데도 태풍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도 하지 않고 높은 파도와 세찬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진촬영이나 구경을 위해 바다를 찾는 시민들도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높아지기를 바란다.

문병환 울산 동구청 안전총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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