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대통령 1년
CEO 대통령 1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0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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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간부, 특히 대기업의 임원은 부하 직원에 있어 절대 권력자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너(기업주)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따라서 특정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서 그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그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다. 비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더 좋고 더 효율적인 방안이 있어도 부하 직원은 감히 그 안을 제시할 수 없다.

만약 이견(異見)을 제시했다가는 심할 경우 옷을 벗어야 한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자연히 그의 주변에는 예스맨이 모여들게 마련이고 여러 가지 연(緣)을 내세운 인맥이 구성된다. 독선과 아집은 점점 심해지고 오너를 향해서는 쇼도 서슴지 않는다.

모든 간부나 임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너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많은 수의 임원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돌아가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면 발뺌을 하고 수수방관하는 처세에도 강하다.

물론 열린 마음으로 부하직원의 의견을 듣고 의사 결정에 많은 이들을 참여시키고 어려움에 처할 경우 솔선수범하여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임원들도 많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한 대기업의 CEO(최고경영자)출신을 5년간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으로 뽑았다.

10년간 좌파 정권의 그릇된 정책으로부터 제대로 된 궤도 수정을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나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취임한지 1년, 지금 국민들은 어떤 심정인가?

마치 독선적인 대기업 임원의 그릇된 행각을 보는듯하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망을 넘어 무관심과 체념으로 현 정권을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겨우 일 년 남짓에 왜 이렇게 되었는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답은 나온다. 인수위 시절, 느닷없이 발표된 뚱딴지같은 영어 몰입교육 방침에서부터 국민들은 어이없어했다.

이어 구성된 고소영 내각은 취임과 동시에 국민과의 괴리(乖離)를 만들어 버렸다. 취임 후에는 임기말의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러 가서는 쇠고기 수입안에 덜렁 사인을 해버렸다.

비등한 국내 여론을 향해서는 질 좋은 쇠고기 싸게 먹게 되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기고만장해 했다.

국민과 야당은 오로지 그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전정권이 합의해 둔 것에 사인만 했다고 변명처럼 보이는 진실을 밝혔다. MBC의 허위 왜곡 방송이 기름을 부은 촛불시위 동안은 대통령도 정부도 없었다.

좌파들의 실권(失權)에 대한 불복종으로 촛불시위가 폭력과 무법천지로 변질 되었어도 무정부 상태이다시피 했다.

국민들이 불안해했지만 청계천 공사를 위해 1,000번도 넘게 이해 당사자를 만나서 설득했다고 자랑하던 대통령은 어디에도 없었다.

촛불이 사그라지자 나타나서는 청와대 뒷산에서 들려오는 운동권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운동권 시절을 반추했다고 했다.

이어지는 보여 주기 위한 쇼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계룡대에 모든 장군들을 모아 놓고 벌였다는 별들의 난상토론이 그렇고 비상경제팀을 가동한답시고 지하 벙커로 들어 간 것도 그렇다.

참으로 실망스런 1년이었고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지난 10년간 매사에 역주행을 일삼던 좌파정권에 대한 것과 맞먹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제 남은 4년, 더 이상 쇼와 생뚱맞은 정책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지난 1년의 잘못과 전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쇼에서 현실로, 지하에서 나와 어려운 경제 현장으로 달려가서 대책을 찾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영부인은 대통령을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이 말에 남은 4년, 일말의 희망을 품어본다.

/ 조수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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