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향기로운 행복정원
[조상제의 자연산책] 향기로운 행복정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10 2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계절 꽃피는 학교? 가능할까요? 2017년 겨울엔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갔는데 겨울에 꽃이 핀다고요, 그것도 노지에서? 가능합니다.

“겨울팬지”가 있습니다. 그 해 가을 겨울팬지를 심고 정월에 강추위가 닥쳤습니다. 첫 추위엔 무심히 넘어갔습니다. 팬지는 추위에 꽃잎을 닫고 온몸을 웅크리고 처절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추위엔 너무나 애처로워 비닐로 약간씩 이부자리처럼 덮어주었습니다. 그 해 겨울 분명 영하 20도 가까이 두 번이나 내려갔는데 팬지는 살아남았습니다. 햇살이 따스할 때엔 가끔씩 꽃잎을 펼치고 화단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하자 팬지는 땅의 기운을 받고 풍성하게 피어났습니다. 그 풍성함은 6월이 다가도록 지속되었습니다.

봄이 되면 수선화, 할미꽃, 매발톱 등 온갖 꽃들이 정원에서 향연을 벌입니다. 시네라리아 히아신스, 무스카리도 외래종이지만 화사함을 더합니다. 봄꽃 정원을 향기로 가득 채울 수도 있습니다. 정원 오솔길에는 수선화, 히아신스, 무스카리가 그들의 향기로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바람 따라 스쳐오는 히아신스의 은은한 향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발걸음을 정원으로 옮기게 하죠. 봄 정원의 향기는 나무에서도 시작됩니다. 매화나무 한두 그루만 있어도 정원은 향기로 가득합니다. 홍매화는 꽃도 예쁘고, 향기도 진합니다. 홍매화에 향기 나는 동백을 심고, 천리향으로 부르는 서향 한그루가 더해지면 정원은 더할 나위 없이 향기로운 정원이 됩니다.

3월의 배추꽃과 유채가 배추흰나비를 부르고 나면 정원 한구석에서는 황매화가 꽃을 피웁니다. 목마가렛, 앵초, 매발톱, 금낭화도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합니다. 명자나무와 불두화도 꽃을 피웁니다.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낮달맞이, 서양으아리, 사랑초, 자주달개비도 한창입니다. 유치원 앞 병꽃나무의 화려함이 절정을 다할 때 울타리엔 금은화, 백화등이 향기를 정원으로 뿌리고 무리지은 영산홍들은 화사함으로 정원을 축복합니다.

5월이 오면 정원에는 장미가 피기 시작합니다. 정원의 입출입 터널 위에 찔레장미를 얹어 향기로 아이들을 불러옵니다. 가시 없는 백장미 서머스노우, 향기가 좋은 찔레장미 안젤라가 5월의 정원을 돋보이게 합니다. 세이지, 박하, 로즈마리, 라벤다도 향기 나눔을 위해 사람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세이지 중에서는 핫립세이지, 블루세이지가 제일입니다.

향기 하면 돈나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이 나무도 금목서처럼 만리향이라 할까요.

6월. 정원에 6월이 왔습니다. 여러분은 6월하면 어떤 꽃이 제일 먼저 생각나세요? 6월에 향기 나는 꽃. 백합이죠. 학교정원 여기저기에 서너 포기만 심어도 6월이 되면 정원은 향기로 가득합니다. 햇살이 좋은 곳은 먼저 꽃이 피어서 좋고, 반그늘은 좀 늦게 피어서 좋습니다. 접시꽃이 그 요염한 접시를 펼치고 나면 치자꽃도 백합에 뒤질세라 은은한 향기를 냅니다. 6월은 참으로 정원이 풍성한 달입니다. 송엽국도 피고, 해바라기도 피고, 봉숭아도 피고, 백일홍도 핍니다.

7월이 되면 그 풍성함은 최고에 달합니다. 백일홍이 호랑나비를 정원으로 불러들일 때 무궁화도 피고, 배롱나무도 피고, 수국도 핍니다. 부용도 무궁화와 접시꽃에 뒤질세라 연분홍 꽃을 활짝 피웁니다. 나리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참나리도 백일홍과 함께 주아를 겨드랑이에 끼고 호랑나비를 유혹합니다. 사촌간인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도 뜨거운 햇살에 지칠 줄 모르고 꽃을 피웁니다.

뜨거운 태양이 정원을 뜨겁게 달구면 풀협죽도(Phlox)는 때를 만난 듯 불꽃을 활활 태웁니다. 오리향 배롱나무도 정념을 불태우고 은근한 향기로 정원식구임을 알립니다.

9월이 지나고 10월이 오면 샐비어와 달리아의 색은 더욱 짙어지고, 나팔꽃은 아침 찬바람에 작은 종들을 줄줄이 쏟아냅니다. 청화쑥부쟁이와 바위구절초가 서리를 맞이할 때 정원은 겨울팬지를 기다립니다.

조상제 녹색지기단장·범서초등학교 교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