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꽃, 유럽 편 ⑩…‘유럽의 창’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의 꽃, 유럽 편 ⑩…‘유럽의 창’ 상트페테르부르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10.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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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의 베네치아’ ‘제2 암스테르담’ 별칭을 가진 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우리에게는 레닌그라드로도 알려진 러시아의 도시로, 현지에서는 ‘빼째르’라고 부른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변방의 블라디보스토크를 갔다 온 사람들이 많다. 진짜 러시아를 보려면 모스크바와 빼째르를 권한다.

‘러시아의 베르사유 궁전’이라 불리는 페테르고프 궁전은 핀란드만에 있는 여름궁전이다. 나무 분수, 체스 분수 등 수많은 분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스 신화 주인공들의 황금동상과 중앙에 사자의 입을 찢는 삼손 분수를 중심으로 11시면 계단에 있는 모든 분수가 동시에 작동된다. 이를 보기 위해 다리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각국의 사람들 속에 묻혀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시작음과 함께 물이 졸졸거리며 나오자 탄성과 실망의 소리도 나왔다. 물의 낙차를 이용하여 천천히 시작하지만 다 나오면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넓고 유서 깊은 넵스키 대로. 작가 고골은 ‘넵스키 대로보다 훌륭한 곳은 없다’라고 절찬했다. 돔 끄나기 서점을 시작점으로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러시아 문학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습한 늪지대였던 이곳은 문화, 상업의 중심지이자 가장 아름다운 거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로 주변 모든 건물의 양식을 보면 이곳에서 파리 시내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황제의 겨울궁전이었고, 담록색 벽에 하얀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세계에 자랑하는 초일류 미술관으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300만 점이나 있다. 고흐, 피카소, 렘브란트, 루벤스 등의 특별한 그림과 잘 알려진 그림들을 구경하려면 하루가 모자란다. 너무나 혼잡하므로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예카테리나 여왕의 호박 방과 공작 시계는 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시계는 수요일 저녁 8시에 실제 작동하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유럽의 어떤 곳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들이 많다. 슈미트 다리를 건너 네바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청동 기마상 뒤로 이삭 성당이 보인다. 100kg이 넘는 황금을 녹여 만든 금빛 지붕은 웅장하면서도 중후한 멋을 지니고 있다. 교회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카잔 성당은 석고 대리석으로 1m 정도씩 이어서 올라간 94개의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큰 새의 날개처럼 생겼다. 모스크바의 바실리 성당과 비슷한데 약간 어두운 색깔의 ‘피의 구원 성당’도 있다.

옛날 초등학교 때 이발소 액자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러시아 작가 푸시킨. 그는 길지 않은 생애를 통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학세계를 펼쳐 보였다. 러시아의 국민적 작가에서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그는 곳곳에 동상, 집, 다니던 교회, 학교, 카페 등으로 남아 있었다. 푸시킨의 이름을 딴 도시도 있다. “잘 있어! 친구여, 동반자여!” 책들에게 한 마지막 작별인사도 마치 소설 속의 한 장면 같다.

꽃다운 16살 소녀 곤차로바를 만나 결혼해서 네 명의 자녀들을 남겨두고 푸시킨은 38세로 세상을 떠났다. 푸시킨과 결혼하기 전부터 러시아 상류사회 사교계의 꽃이었던 곤차로바는 결혼 후에도 염문설에 휩싸였고 당시 러시아 상류사회에서 최대의 화제로 떠올랐다. 푸시킨의 모욕감이 얼마나 컸으면 사랑과 명예를 지키려고 결투를 벌이다 죽었을까? 푸시킨이 죽을 때 곤차로바는 25살이었고 7년 후 재혼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푸시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여자의 마음 같은 강이라는 네바 강은 속이 보이지 않는 갈색 강물이 복잡한 운하를 이루고 있다. 네바 강 유람선을 타고 좌우로 멋진 건물들을 조망하며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다. 모스크바와 달리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고 환호를 지르기도 한다. 북구의 이 아름다운 도시!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가 여행객들의 가슴에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울산누리 블로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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