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더욱 정신 바짝 차려야
기업은 더욱 정신 바짝 차려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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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후부터 추석과 설날 연휴에 올라가면 양가(兩家)에서 하루씩 자고 온다. 나름 공평하게 룰을 정했는데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양가 모두 20여명의 대가족이 모여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먹고 술 한 잔 나누면서 회포를 푼다. 그러나 아버지와 장인어른이 소천하신 후로는 어머니와 장모님 모두 힘이 부치셔서 가족모임은 거의 밖에서 한다. 그런데 이번 한가위 전날에는 다른 해에 비해 유독 가게 문이 많이 닫혀 있었다. 이유인즉 종업원 임금 문제 때문이란다. 늙으신 어머니 모습까지 더해 이래저래 마음이 짠했다.

작금의 한국경제를 표현하면 ‘산 넘어 산’이나 ‘총체적 위기’가 많이 등장한다. 나라 밖으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단지 총성이 들리지 않을 뿐 전 세계는 이미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은 또 어떤가. 일방적 수출규제에 이어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약을 바짝 올리니 우리나라도 지소미아 종료 선언과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강대강 맞대응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환율과 유가 변동도 심상치 않다. 안으로는 곳간 나랏돈을 마구 쏟아 부으면서도 내수침체 탈출의 낌새가 도통 보이질 않는다. 덫에 걸린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도대체 어디일까.

결국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업경쟁력이 곧 국력이라 하지 않던가. 조국 문제로 조국(祖國)이 흔들리고 있다. 그럴수록 기업인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기업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손 놓고 마냥 기다릴 순 없다. 국가는 힘들고 경제는 위기다. 이럴 때 애국(愛國)은 기업을 잘 운영하여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마구 치고 들어오는 상대국가와 날로 더해가는 무역마찰 속에서도 거뜬히 버텨낼 묘책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울산의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블록체인, 자율주행, 드론 및 로봇, 증강·가상현실, 3D 프린팅과 같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의료 및 헬스케어 사업 성장세에 발맞춰 바이오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경쟁우위의 틈새를 찾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한 발 빨리 실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신산업 육성과 함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주력산업의 고도화다. 특히 모든 산업의 근간인 화학산업의 고도화다. 산업혁명은 소재혁명이라 부를 만큼 소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젠 우리나라도 핵심소재의 기술 주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이번에 일본이 명확히 그 이유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우리에게 기술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소재 개발엔 시간이 걸린다. 조용히 시간을 벌어야 한다. 항일이니 친일이니 죽창이니 하며 난리법석을 떨 게 아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와 시장 개척에 발맞춰 관련 규제를 신속히 정비하고,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면 민간 부문 견인을 통한 경제활성화 전략이 보다 빠르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끊임없는 혁신 및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유리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기업의 숨통을 마구 옥죄는 화평법과 화관법 등 환경규제는 하루 빨리 재정비하자. 제발 기업이 제대로 일 좀 할 수 있도록 놔두자.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애꿎은 기업에게 떠넘기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기업도 이젠 변해야 한다.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다함께 공(功)을 들이자. 특히 대기업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 더 이상 협력회사를 상하관계, 수직관계, 갑을관계로 생각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협업하고 소통하는 산업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아무리 힘들어도 기업은 지속적인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우리 기업들은 총체적 위기에 맞서 스스로 혁신성장을 위해 다시 뛸 것이다. 기술만이 살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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