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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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일부가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국민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특히 울산시민은 정주인으로서 자긍심이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찾아올 관광객이나 방문객 맞을 준비는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누군가 ‘태화’의 의미를 묻는다면 도망칠 것인가, 못들은 척할 것인가,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할 것인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밤새도록 울다가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다는 우리 속담이 이를 잘 말해준다. 태화에 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식 태화강을 건너다니면서도 태화의 의미를 반문한다면 울산시민으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눈으로 보는 정원이야 당연히 한 몫 하겠지만 귀로 듣는 지역 인문학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태화를 읽어본다.

태화는 고대 사람이 바라던 이상향이다. 중국 황실에는 태화를 연호로 쓰면서 태화전(太和殿)에서 업무를 봤다. 청량산에는 태화지를 만들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태화’는 한자로 ‘太和’라고 쓴다. 중국 태화지(太和池) 설화에서 연유한다. 신라 자장스님의 당나라 유학 이야기에 태화지(太和池) 선인 설화가 등장한다. 『삼국유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선덕여왕도 태화를 연호로 사용했다. 태화는 음양이 조화를 이룬 원기, 음악, 태평 등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큰 화합’으로 풀이할 수 있으나 시대에 맞게 글로벌 하모니(global harmony)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태화사, 태화루, 태화강, 태화지 등의 태화는 모두 앞의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태화는 연어, 황어, 은어가 철따라 찾는 곳이면서, 삵, 고라니, 수달이 함께하는 곳이다. 또한 백로와 떼까마귀가 친정으로 여기고 찾는 포근한 땅이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어울렁 더울렁 하는 환경이 태화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붙여진 강 이름이 태화강이다.

고대인은 강이 있고 그 하류에 넓은 습지가 형성된 태평의 땅을 찾았다. 그곳은 두루미가 살고 농산물이 풍부한 학성(鶴城)이었다. 일연(一然)은 그곳을 태화로 보았다. 태화를 학(鶴)으로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태화라는 지명은 울산 외에 강원도 평창군의 대화(태화로도 부름), 경북 안동시의 태화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태화의 염원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태화와 태화강의 이름은 큰 의미를 갖는다. 태화강은 가지와 백운이 만나 태평의 음악을 연주하는 곳이다. 가지산을 떠난 한 방울의 물은 석남(石南)으로 출발했다. 덕현천과 궁근정을 만나고 길천으로 흐른다. 길천은 남천을 지나 반송에서 작괘천과 삼동천을 만난다. 반송을 떠나 구수에 들러 소를 만들고 반천에 도착한다. 반천에서 한 발짝 뛰어 무동(舞洞)에서 너울너울 춤을 춘다.

백운산 맑은 물은 대곡천을 내려오다 구량천을 만나고 천전으로 흐른다. 반구대를 만나고 동매산을 감돌아 내려와 무학산 삼봉 청용 끝에 곡연을 만들어 빙빙 돌아 원무를 춘다. 가지산의 감수(甘水)와 백운산의 백수(白水)는 넓내 진목에서 만나 태화로 손잡고 동으로 흐른다.

이번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모두 태화강의 땅이다. 태화강변의 배수장과 배수문이 이를 증명한다. 가지산과 백운산에서 발원한 태화강의 길천, 남천, 반천, 백천은 태화강의 중심이 되고 하류에 모여 남강(藍江)이 된다. 이런 의미를 안고 있는 이름이 태화이며, 그런 물이 태화강이며, 그곳이 바로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강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평소에는 사람과 공유하면서 무분별한 만듦을 지켜보다가도 때로는 제 영역을 확인할 때가 있다. 그것이 홍수다. 태풍이 강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태화강은 자연적인 가꾸기는 허용하지만 인위적인 만들기는 싫어한다. 나열식 다양성을 싫어하며 개성 있는 독특성을 좋아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강이 갖고 있는 생태자산을 최대한 회복·발전시켜 생태의 자연성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팔도 소나무, 강릉 오죽헌의 오죽(烏竹) 등 이곳에 자생하지도 않는 식물을 태화강 국가정원에 심는 어리석은 짓은 삼가야 한다. 건물을 짓고, 나무를 심고, 조경석을 들여와 억지로 꾸미는 일을 강은 싫어한다. 태화강은 자연적 천이는 허용해도 인위적 가꿈과 보편적 기시감은 싫어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태화와 가꿈이 중심이며, 다음 세대로 넘겨주어야할 바통이다. 태화는 어울림이지 성형의 만듦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이란 말을 전제로 가꿈 몇 가지를 제안한다. 샛강에 물길을 트고, 샛강 넓은 터에 두루미를 날리고, 수생식물원을 쇠물닭 번식지로 가꾸고, 삼호동에 어리연 습지를 가꾸자. 이는 태화강이 제 땅을 되찾으려 할 때도 부담 없는 가꿈이 될 것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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