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회복에도 조선·기계 채용박람회장 ‘썰렁’
조선업 회복에도 조선·기계 채용박람회장 ‘썰렁’
  • 정인준
  • 승인 2019.09.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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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불확실한 미래 인식으로 일자리 기피… 업계 “우수인재를 기업에 공급하는 시스템 필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동남권 조선·기계·철강 채용박람회가 23일 KBS 울산홀에서 열린 가운데 채용박람회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준 기자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동남권 조선·기계·철강 채용박람회가 23일 KBS 울산홀에서 열린 가운데 채용박람회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준 기자

 

조선업황이 회복되고 있지만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다. 베이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일자리 공백이 생기고 있는데, 이를 메워야할 젊은층이 힘들고 미래가 불확실 하다며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울산KBS홀에서는 동남권 조선·기계·철강 채용박람회가 개최됐다.

이날 채용박람회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사업단이 주관해, 고용위기지역인 동남권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조선업의 인력 수급 지원을 위해 울산에서 최초로 열렸다.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약을 통해 대기업의 교육훈련기관을 공동 훈련센터로 활용해 중소기업에 산업 맞춤형 직업훈련과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 분야 인력은 지난 4월, 39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된 후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조선업 피보험자는 지난 2017년 8월 4만1천900명이 감소한 후 올해 4월부터 계속 9천여 명이 증가했다.

이는 최근 4개월 연속 세계 수주량 1위 달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업황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축사를 통해 “내년 직업훈련 분야 예산을 올해 대비 17% 늘린 2조3천억원을 편성해 기업의 수요와 요구가 훈련내용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이번 채용박람회를 계기로 조선업 회복에 맞춰 인력 지원이 원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채용박람회장은 ‘썰렁’했다. 각 기업 부스에선 드문드문 상담이 이뤄졌을 뿐 채용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채용박람회를 한다고 하니 상황을 살펴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양복을 입고 찾아온 젊은층은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50대를 넘긴 것처럼 보이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채용박람회장에는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등과 함께 협력사 10여개사가 참가해, 145명을 채용하고, 하반기 협력사 구인수요 1천560명 양성을 위한 기술교육원생도 모집했다.

특히 기술교육생을 모집하는 기업들의 부스는 더 한산했다.

올해 240명의 교육생을 배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A기업은 현재 목표 중인 192명을 확보하고, 이날 추가로 48명을 확보하려 했으나 신청자가 3명에 불과했다. 기술교육생들은 교육을 수료하면 모기업이나 협력사에 채용된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보이는 젊은층은 별로 없었다.

A기업 관계자는 “최근 6~7년간 조선업황이 어렵다 보니 젊은층에서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같다”며 “여기에 최저 시급이 올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임금수준이면 굳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엔진 조립인력 10명을 구인하려는 B기업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숙련공은 임금수준이 높은 건설플랜트 쪽으로 유출돼, 회복하기 쉽지 않는 시간이 지났다”며 “미래를 위해선 노년층과 젊은층의 인력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채용박람회장은 찾은 김모(24·남) 씨는 “기술교육을 받을지 아직 결정을 못했지만 일단 원서는 접수했다”며 “선배들로부터 조선업이 힘든 일이라고 전해 들어 다른 곳에서 합격 소식이 오면 그쪽이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모(52·남) 씨는 “협력사에서 나와 인력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원서를 냈더니 기업쪽에서 탐탁치 않는 눈치였다”며 “힘들 더라도 손에 익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업 채용 담당자는 “조선업계는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해 학교 단위 또는 직업훈련 단위에서 우수한 인재를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먼저 젊은피를 수혈해 노령화된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아직 현장에선 조선업황 회복을 말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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