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허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19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구도심의 중심인 동헌 일대의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사업구역 내에 있는 건물 두 곳에 대한 보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온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하나는 옛 울산초등학교, 즉 현재 울산시립미술관 부지 북쪽에 접해 있는 ‘삼일회관’(중구 성마을길3) 을, 또 다른 하나는 동헌 한 켠에 있는 ‘북정우체국’이다.

삼일회관은 일제강점기 울산청년회관이다. 1918년 울산의 청년들이 민족 계몽운동을 벌이기 위해 건설됐다. 울산의 많은 유지들의 성금을 모아 완성됐다고 한다. 건립 이후 삼일회관은 유학생들의 귀국보고회 등 민족의 계몽운동을 위해 활용됐다.

김성윤(78) 울산향토문화연구회 전 회장은 “유학을 간 울산의 부자집 자녀들이 방학을 맞아 울산에 오면 삼일회관에서 귀국보고회를 가졌다. 이 귀국보고회에 울산시민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던지 밖에서도 들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학생들은 삼일회관에서 귀국보고회를 연 뒤 지역의 읍면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차례 귀국보고회를 했는데 이를 통해 주민들을 계몽하고 항일정신을 키우게 만들었다.

계몽운동 외에도 삼일회관은 울산 최초의 사립유치원인 ‘울산유치원’, 울산의 첫 기자협회, 피난민의 숙소 등으로 활용되며 100여년간 울산 사람들의 문화와 교육의 중심에 있었다. 1971년 3월 1일 지금의 울산삼일회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북정동우체국’은 동헌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의 우정사업은 1897년 대한제국이 칙령으로 임시우체규칙을 공포하면서 이듬해인 1898년부터 울산 동헌의 부속건물인 형리청(刑吏廳)에서 우편업무가 시작됐다. 120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지속해온 공공기관이다.

이처럼 근현대 역사성을 지닌 건물들에 대한 보존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울산 중구청이 중구 교동 190-4번지 일원 약 33만㎡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건립을 위한 중구 B-0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를 내준 이후다.

삼일회관 부지는 도로 개설 예정지에 포함됐고, 북정동우체국은 동헌부지에 편입돼 광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울산 근현대사의 산실이라 할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 두 건물이 한꺼번에 사라질 위기에 놓이면서 보존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울산 중구의회 천병태 의원은 2016년 5월 열린 제185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시립미술관 부지에 삼일회관을 포함해야 한다”며 “삼일회관을 미술관 부지로 편입해 활용하면 근대문화유적으로의 가능성이 있는 건물도 보존하고, 미술관 면적도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춘희 울산이야기연구소장은 울산광역시문화원연합회가 펴낸 울산향토사통합연구지에서 ‘근현대 울산 정신문화 예술의 산실을 찾아서’라는 제하의 글에서 “(삼일회관이) 울산 정신문화 예술의 중심역할을 한 공간”이라며 시설보존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또 건국회 울산본부와 울산향토문화연구회 등 단체에 이어 최근에는 ‘삼일회관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꾸려졌다.

삼일회관은 100년전 건립된 이후 줄곧 계몽운동을 담당했고, 북정우체국은 120년 동안 우정업무를 지속해 온 공공기관이다. 울산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를 매기는 것에 인색할 수만은 없다. 보존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소실되거나 멸실돼 잊혀진 유산도 복원하는 마당에 현존하는 건물을 일부러 없애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로 보인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이후에 논의해도 된다.

박선열 편집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