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이 익어가는 추석
송편이 익어가는 추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9.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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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시달리다 시원해지는가 싶더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옵니다. 추석선물이며 추석음식을 준비하려고 시장을 향하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옛날부터 설에는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먹는 풍습이 있어서 추석에는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떡집에서 구하다 보니 집에서 송편 빚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중추절에 보름달 모양의 떡을 먹고 이름도 달떡이라는 뜻의 월병(月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추석 송편은 둥근 달 모양이 아니고 이름도 달과는 전혀 관계없는 솔잎으로 찐 떡이라는 의미로 송편[松餠]이라고 합니다.

송편은 추석에 먹는 떡이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추석 때보다는 다른 명절에 먹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옛 문헌인 19세기 초반의 문집 《추재집》에는 정월대보름에 솔잎으로 찐 송편을 놓고 차례를 지낸다는 글이 있고, 주로 한양의 풍속을 적은 풍속서 《열양세시기》에도 2월 초하룻날 떡을 만드는데 콩으로 소를 넣고 솔잎을 겹겹이 쌓아 시루에 찐 후 농사일을 준비하는 노비에게 먹인다고 했습니다.

추석에 송편을 빚는다는 기록은 주로 근대 문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인 1849년에 발간된 《동국세시기》에는 추석 때면 햇벼로 만든 햅쌀 송편을 먹는다는 기록이 있고, 1925년에 발행된 《해동죽지》에도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송편이 옛날에는 추석뿐만 아니라 다른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도 빚어먹었던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떡이었나 봅니다.

송편을 한자로는 ‘햅쌀로 빚은 솔잎 떡’이라는 뜻에서 ‘신송병(新松餠)’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설날과 추석이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명절이 되면서 설날에는 떡국이, 추석에는 송편이 대표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송편은 올벼[早稻]를 수확해서 빻은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으로 ‘신송병’이라고 했듯이 햅쌀로 빚은 송편이니 추석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이 당연하기도 합니다.

송편의 원어는 송병(松:소나무 송. 餠:떡 병)이었으나 훗날 송편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송편을 빚을 때 동그랗게 빚은 후 속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접는 것은 달 모양이 변하는 것을 의미하며, 반달이 점점 커져서 만월이 되듯이 점점 좋아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송편에 담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송편 안(속)에 콩. 밤. 깨 등을 꼭꼭 다져 넣는 것은 씨를 흙에 심는 것을 뜻하며, 이듬해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 하여 송편을 정성껏 빚도록 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송편을 쪄 낼 때 솔잎을 깔고 송편과 송편 사이에도 솔잎을 넣으면 떡이 서로 붙지 않고 솔 향이 떡에 배어 송편이 더욱 맛이 있게 됩니다.

솔잎에 있는 탄닌이라는 성분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빨리 쉬지 않는 효과도 있었으니 옛 어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하겠습니다. 또 솔잎에는 케터펜, 페놀화합물, 탄닌 등의 정유성분과 함께 유기성분, 비타민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불포화 화합물인 터펜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해주고, 페놀 화합물은 암 발생을 억제하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옛 어른들이 송편을 만들어 먹은 지혜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추석은 풍성한 결실을 주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가족이 모여 즐기는 명절로, 반달에서 만월로 발전하여 내년에는 더 풍성한 결실이 이어지기를 소망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송편을 나누듯 이번 추석에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또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사랑을 나누며 따뜻한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올해는 매주 교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독거노인과 장애인노숙자 분들에게, 함께 송편을 빚을 수는 없지만, 송편을 나눠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라도 어렵고 서민경제도 넉넉지 못한 가운데 맞이하는 명절이지만 반달에서 만월이 되는 희망을 바라보며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송편도 빚으면서 추석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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