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프리허그’
‘평화 프리허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8.2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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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의 광기(狂氣)가 한일 두 나라 국민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번쩍 눈에 띄는 것은 민간 차원의 이벤트나 교류 행사다. 다음은 지난 24일, KBS가 ‘뉴스 9’에서 내보낸 뉴스 한 토막.

[앵커] “틀어진 한일관계 속에 오늘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는데요. 광장 한쪽에서는 ‘한일 양국의 평화를 바란다’며 프리허그를 진행하는 일본인 청년도 있었습니다.” [리포터] “…광화문 광장 다른 쪽에서는 한 일본인 청년이 팔을 벌리고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로 일본에서는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한 일본인 청년’이란 세계여행가로 알려진 ‘구와바라 고이치(桑原功一)’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은 안대를 두른 그의 흰 와이셔츠에는 ‘FREE HUGS FOR PEACE’란 영문이 또렷했다. “평화를 위해 거리낌 없이 껴안아달라”는 주문이었다. 한국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는 6년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필리핀과 호주에 살면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어요.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내게 무척 친절했어요. 그래서 전 한일관계에 희망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친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말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일까? 해답은 그의 행적에서 찾을 수 있다. 당돌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행위예술의 뿌리는 2011년도로 거슬러 오른다. 이때부터 그는 해마다 한국의 광화문이나 대학로에서 ‘프리허그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겼다. 2013년 6월 중순에는 서울을 찾아 프리허그에 도전했다. 도쿄 신주쿠 한인거리에서 일본 극우단체 ‘재특회’(=재일한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가 반한(反韓) 시위를 거칠게 벌이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AJU(아주경제)TV는 “아베 총리, 일본 청년에게 좀 배우세요”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

구와바라씨의 집념은 일본 유학중인 한 여대생에게 고스란히 전염된다. 2015년 11월 29일자 ‘이투데이’ 기사를 들여다보자. “한국 대학생 윤수연씨의 프리허그 동영상을 일본인 여행가 구와바라 고이치씨가 12일 유튜브에 올렸다. 윤씨는 (일본어로) “저는 한국인입니다. 같이 포옹하지 않을래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교토 한복판으로 한복을 입고 갔다. 한 일본인은 한국어로 ‘우리 한국사람 사랑합니다’라며 윤씨를 포옹했지만 무관심한 일본인도 있었다.”

이듬해인 2016년 ‘글로벌24’는 11월 24일자 기사를 이렇게 띄웠다. “‘와사비 테러’ 이후 반한 감정이 고조된 일본 오사카에서 한복을 입고 눈을 가린 여성이 서 있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함께 안아보실래요?’라는 팻말을 적어놨습니다. 근처에선 반한 시위대가 거리행진을 하고,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 이때! 또래의 여성이 다가와 두 팔을 벌려 안아줍니다. 뒤이어 꼬마부터 중년남성까지 프리허그에 동참합니다.” 이 이벤트 역시 구와바라씨가 기획한 캠페인이었고, 한일 두 나라를 오가며 펼쳐졌다.

지난 24일 아베 규탄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KBS 인터뷰에서 “일본사람이라고 특별히 미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구와바라씨는 ‘평화는 증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떠났다. 24일 일본 야마구치현에서는 자매도시 사이인 시모노세키시와 부산시가 무산될 뻔했던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16번째로 진행했다. 이날 밤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제25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에 참가한 일본 무용수들은 “지금이야말로 두 나라 예술인이 협연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정치꾼 아베는 미워해도 정치 때가 안 묻은 보통의 일본사람들은 미워하지 말라는 메시지일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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