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써보니... 사전 등록 후 접속 한 번에 바로 결제
제로페이 써보니... 사전 등록 후 접속 한 번에 바로 결제
  • 정인준
  • 승인 2019.08.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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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은행 홈페이지서 사용자 비밀번호·생체인증 시 등록 완료
사용 편리하지만 울산 가맹점 3천여곳 소상공인 점포 5% 불과
중기청 “빠른 정착 위해 공공주차장 가맹 등 지자체 협력 필요”
제로페이를 써 봤더니 편리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의 경우 부가세부담으로 돌아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울산지역은 올해 1월부터 제로페이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주무기관인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청장 하인성, 이하 울산중기청)이 ‘제로페이 서포터즈’를 운영하며 가맹점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울산중기청은 울산농협은행과 같은 소상공인 밀접 지원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제로페이 가맹점 확대에 나섰다. 울산시의회에서도 제로페이 사용에 대한 대시민 홍보를 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소상공인들은 카드수수료 없이 매출전액을 받을 수 있다. 현행 2~4%대 신용카드 수수료를 볼 때 소상공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정부는 제로페이의 확산을 위해 소비자의 이익도 높였다.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사용금액의 40%를 소득에서 감면해 준다. 카드사용 소득공제는 15%다.

◇바코드 제시하자 ‘띠리릭’ 간편 결제

1일 울산 남구 신정동 GS25편의점에서 제로페이로 얼음커피 1천700원을 결제했다. GS25는 대부분이 가맹점이다.

첫 사용이라 거래은행(신한은행)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제로페이 사용자 등록을 했다. 모바일 홈페이지에는 제로페이 창이 따로 있는데, 여기로 들어가 사용자 비밀번호를 등록하거나 생체인증(지문)을 하면 된다.

GS25에서 얼음커피를 사고 제로페이로 결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거래은행 제로페이 창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거래은행에 접속해 제로페이 창을 여니 바코드와 큐알(QR)코드 창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이중 편리하게 바코드를 매장에 제시했더니 바코드 스캔으로 한 번에 결제가 끝났다.

참 편리했다. ‘이런게 전자지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사용을 위해 은행에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 번 등록해 놓으면 제로페이 가맹점 어디서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아직 가맹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울산중기청에 따르면 7월 기준 울산지역 제로페이 가맹점은 3천197곳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울산센터(센터장 유석철)에 따르면 울산지역 소상공인 점포는 6만3천693곳이다. 이를 보면 가맹률은 5%가 채 안된다.

◇현금장사 업주들 과표 올라 세금 더 낼까 걱정

제로페이 홈페이지(www.zeropay.or.kr)에 들어가 울산지역 가맹점을 검색해 전통시장 가맹점을 찾아가 봤다.

전통시장 가맹점주 A(55·여)씨는 “올해 초 울산중기청 안내를 통해 제로페이에 가맹 했는데 시장 손님들이 나이가 있어 별무소용”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시장은 현금장사를 하는 데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세금이 더 늘어나지 않을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걱정은 타당하다. 시장은 대부분 현금장사를 하며, 간이과세자다. 간이과세자는 연 4천800만원이 과표로, 1년에 한 번 세무신고를 하고 부가가치세는 내지 않는다. 하지만 4천800만원이 넘어가면 일반과세자가 돼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제로페이 결제가 늘면 늘수록 매출이 투명하게 공개돼 일반과세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매출에 따른 세금납부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정에 따라 제로페이가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과제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길거리에 지나는 B(24·여)씨에게 제로페이를 아느냐고 물어 봤다. B씨는 “들어는 봤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지 잘 모른다”며 “가맹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C(34·남)씨는 “가맹점이 많이 없어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을 못한다”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더 편한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 박맹우(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남구을)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올해 5월 10일까지 제로페이 사용건수는 36만5천건, 사용금액은 57억원에 불과하다”며 “제로페이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중기청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직접적으로 해소하고, 핀테크산업의 진흥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며 “초기 시행단계에서 홍보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사용이 편리한 만큼 제로페이가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로페이가 지역사회에 정착하려면 가맹점이 많아야 한다”며 “공공주차요금 제로페이 사용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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