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도심 속 치유공간’ 장점 살려 차별화된 정원으로 만들어야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도심 속 치유공간’ 장점 살려 차별화된 정원으로 만들어야
  • 이상길
  • 승인 2019.07.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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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르포】 순천만을 가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배우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입장하면 처음 만나게 되는 호수정원.
순천만 국가정원에 입장하면 처음 만나게 되는 호수정원.

 

우리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의역하자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오래된 속담에는 치명적인 고정관념 하나가 녹아있다. 바로 자태에서 뱁새는 별로고 황새는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는 것.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황새가 뱁새보다 키도 훨씬 더 크고 롱다리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뱁새보다 귀엽진 않다. 뱁새가 얼마나 귀여운 새인지는 인터넷을 통해 사진 한 장 정도만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뱁새는 2016년 12월 온라인 매체인 ‘써니 스카이즈’가 뽑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새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을 돌아보면서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주눅’이었다. 그만큼 1호 국가정원의 위용은 대단했다. 물론 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도 충분히 아름답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에서 순천만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우선 정원 수만 보더라도 순천만이 90여개, 울산은 30여개다. 정원 한 개 한 개의 규모나 모양새에서도 순천만은 탁월했다. 특히 입장하면 처음 만나게 되는 호수정원은 그 웅장함에 누구든 입이 떡 벌어질 만했다. 정원 외에도 순천만에는 관람차를 비롯해 스카이 큐브(모노레일), 야생동물원이라는 킬러콘텐츠도 비교적 분명해 놀이공원으로서의 장점도 함께 갖고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 부자도시로 울산도 마음만 먹으면 순천만보다 더 멋지고 웅장한 정원과 시설들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태화강 국가정원의 특성상 공간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 때문에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을 직접 확인하면서 배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배울 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인 즉은 태화강 국가정원이 순천만처럼 전국적인 명소로 성장하려면 순천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뱁새는 뱁새대로 귀여움이라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작정하고 만든 명소다. 이날 순천시의 브리핑에 따르면 순천만 습지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순천시는 이를 활용한 관광자원화를 고민하게 됐고, 습지 파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완충구역으로 정원을 꾸미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시 도심과 순천만 습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정원 조성을 위해 순천시는 성토 작업을 통해 정원 일대의 지대를 높이는 대규모 공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엄청난 넓이의 정원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고, 관광객 유치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차 공간 확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울산 중구와 남구의 경계선상에 있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전혀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한때 산업화의 희생양이 돼 악취가 진동하는 죽은 강이었다가 이젠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당당하게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시와 기업체,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 감동의 스토리까지 품고 있다. 그러니까 순천만 국가정원처럼 작정하고 만든 게 아니라 울산의 성장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심정원’이다. 결국 순천만과 태화강은 같은 국가정원이지만 장르는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날 동행한 이들 중 한 사람은 “순천만이 1호 국가정원이라고 그게 국가정원의 표본이 될 순 없다고 본다. 순천만이 놀이공원의 성격이 가미된 정원이라면 태화강은 도심 속 치유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도심정원이다. 사실상 1호 도심 국가정원인 셈”이라며 “향후 정원의 콘셉트도 그렇게 잡아가며 차별화를 두면 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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