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외래종 꽃 이름의 이해
[조상제의 자연산책] 외래종 꽃 이름의 이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7.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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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니아, 달리아, 가자니아, 루드베키아, 부겐베리아. 이 꽃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외래종입니다. 그렇죠. 모두 외래종입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뭐죠? 꽃 이름의 접미사가 모두 ‘아’자 돌림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이 ‘아’자는 무슨 의미를 갖고 있지요?

그 의미를 알기에 앞서 이 꽃들의 또 다른 공통점을 알아볼까요? 학명(Scientific name)을 우리나라 꽃 이름(국명)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베고니아의 학명을 한번 볼까요? 베고니아(Begonia evasiana Andrews). 괄호 안에 영어 알파벳으로 쓰인 것이 학명입니다.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속명(屬名)이고 두 번째는 종소명(種小名)이며 세 번째가 명명자(命名者)입니다. 어렵네요. 이게 그 유명한 스웨덴의 식물분류학의 선구자 린네(Linne : 1707-1778)가 체계화한 이분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명명자를 빼고 쓰기도 합니다. 아무튼 베고니아의 이름은 학명 중 첫 번째인 속명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그럼 학명은 어느 나라 말로 붙일까요? 세계식물명명규약에 의하면 학명은 반드시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한 말로 붙여야 합니다. 그 중에 속명은 라틴어 중에서도 명사형 단수, 주격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속명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요? 첫째로 식물의 형태나 특성을 나타내는 그 식물의 속성(屬性)이 들어갑니다. 둘째는 신화상의 인물이 속명에 들어갑니다. 수선화의 속명 나르키수스(Narciss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라는 청년의 이름입니다.

셋째로 유명한 식물학자, 탐험가 등 유명인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오늘 바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이 세 번째 사람이름이 속명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베고니아(Begonia evasiana Andrews)의 학명에서 속명인 ‘Begonia’는 식물학 연구 후원자이자 캐나다 총독이었던 미카엘 베곤(Michael Begon)을 기념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Begon이 사람 이름이니 이를 라틴어화해서, 다시 이를 라틴어 명사형 단수, 주격으로 고치니 베고니아(Begonia)가 된 것입니다. 아무튼 라틴어는 잘 모르지만 라틴어 명사형 단수 주격은 꼬리에 ‘a’가 붙습니다. 그래서 외래종 꽃 이름 중 속명을 우리 국명으로 가져온 이름의 꼬리에 ‘아’자 돌림이 생긴 것입니다.

하나 더 볼까요. ‘루드베키아’ 아시죠? 여름에 오랫동안 피고 시원함을 주는 꽃이죠. 우리 국명으론 원추천인국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루드베키아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학명은 루드베키아(Rudbekia hirta L.)입니다. 루드베키아는 린네의 스승 루드벡(Rudbeck) 교수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루드벡을 라틴어로 명사형 주격, 단수를 쓰니 루드베키아가 된 것이죠.

참고로 몇 가지 더 보겠습니다. 달리아(Dahli a)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드레아 달(Andreas Dahl : 1751-1789)이라는 사람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고, 부겐베리아(Bougainvillea glabra)는 이 꽃을 최초로 발견한 프랑스 탐험가 부겐벨(Bougainville)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며, 가자니아(Gazania)는 그리스인 Gaz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름을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과 허영심이 인간의 이름이 식물의 이름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그 밖에 접미사 ‘아’자 돌림의 외래종 이름은 많이 있습니다. 속명의 이름을 사람의 이름에서 가져왔든, 식물의 속성에서 가지고 왔든. ‘아’자 돌림의 식물 이름을 더 살펴볼까요.

요즘 뜨고 있는 에키네시아, 스토케시아, 프리지아, 산세베리아, 시네라리아, 페페로미아 등 수없이 많습니다. 반면에 외래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그 꽃의 속성에 맞는 예쁜 이름을 얻은 것도 많습니다. 한여름 백일동안 피는 멕시코에서 온 백일홍(Zinia elegans), 해를 바라보고 피는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해바라기, 하늘을 바라보고 피는 하늘바라기 등.

외래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꽃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는 이름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방법은 없는가요? 가자니아보다는 태양국이 좋게 다가오듯이. 의미도 잘 모르는 라틴어로 된 외래종을 생짜배기로 외우려니 힘이 듭니다. 아니면 규약을 바꾸어 전 세계인이 많이 쓰고 있는 영어로 학명을 바꾸든지.

조상제 범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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