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진흥원 유치에 명운이 달렸다
수소산업진흥원 유치에 명운이 달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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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산업은 2050년이면 약 3천조 원 시장규모로 성장하리라 전망된다.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은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발판삼아 미국, 유럽연합(EU)과 수소경제 동맹체를 결성했다. 이 동맹체 결성 계획에서 우리나라는 제외되었다. 일본이 이처럼 동맹 결성에 앞장서는 것은 한국을 견제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성격이 짙다. 일본은 현재 자타가 인정하는 수소경제 선도국가다. 수소경제 협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소에너지로 눈 돌린 일본은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수소 기본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수소사회 진입을 목표로 인프라 확대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한국이 올해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30년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당찬 청사진을 내놓자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일본이 견제할 만큼 한국은 이미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해엔 한 번 충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 거리인 609km를 주행하는 수소차를 내놨다. 핵심부품 국산화율도 99%에 이른다. 하지만 충전소, 보조금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혀 경쟁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측면이 없지 않다. 일례로 일본이 입지 규제를 과감히 풀어 수소충전소 110곳 이상을 구축한 것과 달리, 한국은 도심 설치가 불가능해 충전소가 21곳에 불과하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8월 완공되는 국회 수소충전소가 서울시내 첫 상업용 충전소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에너지, 정보기술(IT) 기업 등 민간기업 50곳 이상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수소위원회’를 구성해 수소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민간 주도의 수소경제 생태계가 구축되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배제하고 국가 차원의 독자적인 수소 동맹체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소경제 업계는 일본이 2014년에 이미 ‘수소사회’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이 최근 빠르게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소경제의 진정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해선 남아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풀고 보조금 정책이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본처럼 다른 나라들과 양자 및 다자 간 협력을 강화해 국제 표준기술을 선점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예상보다 빨리 수소경제 시대로 진입하면서 수소 생산부터 수소자동차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산업 표준화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국 기업이 유리한 방향으로 수소경제를 끌고 가려는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중요하다. 각국이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수소경제사회는 수소가 중심이 되어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사회다. 정부정책의 효율적이며 연속적인 추진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컨트롤타워로서 수소산업진흥원 설립이 매우 시급하다. 현재 수소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 사업은 환경부,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은 국토부, 수소산업 연구개발 및 안전 분야는 산업부에서 각각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배수진을 치고 울산이 ‘진흥원 사업’을 유치해야 한다.

지금 수소경제 유치를 위해 많은 지자체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할 만큼 우후죽순 나서고 있지만, ‘어디가 가장 잘 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울산만큼 수소산업 역량과 인프라를 잘 갖춘 도시는 없다. 울산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한다. 시민 여러분도 수소산업진흥원 울산 유치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린다. 수소사회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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