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사에 절실한 건 ‘님비’ 아닌 협력
학교공사에 절실한 건 ‘님비’ 아닌 협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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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경기불황으로 모두 어렵다고들 한다. 지난달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했던 시민들의 구호도 울산의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간절한 바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경기의 영향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는 업종 중의 하나에 건설업도 들어간다.

최근 지역 일간지에서는 관급공사에서 울산지역 건설업체가 타 지역 업체에게 밀려난 사례를 보도한 바 있었다. 이 업체가 울산의 한 공공시설물 건립공사에 창호자재를 납품하려 했으나 시행사의 추천을 받은 경기도 업체에게 밀렸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제품경쟁력도 비교적 높고 단가도 낮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는 같은 건설사업자(2019.4.30,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용어가 ‘건설업자’에서 ‘건설사업자’로 수정됨)로서 안타깝고 남이 일 같지가 않다. 울산지역 건설업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급공사 지역 의무 공동도급 우선제 △지역제한 입찰제 △지역 생산자재·장비 우선사용 등 몇 가지 제도가 있기는 해도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그 한계다.

이밖에도 건설사업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공사를 진행할 때 부딪히는 일부 고객과 지역민들의 인색한 협조와 배려다. 운전을 하다보면 가끔 도로에서 공사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때 현장에서 안전을 위해 차량을 유도하는 직원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도로공사로 인해 차선이 좁아지고 차들도 밀리다보니 그러겠지만, 가끔 그분들에게 불평을 하면서 핀잔을 주는 분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공사업체에서는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또는 도로를 긴급 복구하기 위해 공사를 교통량이 적은 야간시간을 골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야간에는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운전자나 공사에 나서는 직원들 모두 위험에 노출이 되더라도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교육청에서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 시설보수공사를 집중적으로 발주하고 있다. 물론 교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업체의 원활한 공사 진행을 돕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지 모른다. 그러나 학교 공사를 방학기간에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학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민원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원은 주로 소음이나 먼지로 인한 것들이 많다. 비산먼지 방지막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하거나 주민들이 휴식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늦은 시간대에 마구잡이식으로 공사를 해서 민원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건설사업자와 공사업체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사업자가 발주처에서 추진하는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민원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먼저, 공사 현장의 시설물에서 근무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사의 내용과 기간, 유의사항을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학교라면 행정실을 통해 교내방송이나 게시물로 사실을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부모에게는 가정통신문으로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의 가족이 바로 지역주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세심하게 안내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협조를 구하면 편리하고, 일반주택 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통·반장의 협조를 구하면 되고, 공사 지역에서 현수막으로 안내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참고로, 먼 거리에서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 공사현황판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전달해야 할 핵심내용은 ‘공사내용’과 ‘공사기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장마로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님비(NIMBY)’라는 말이 있다. 이는 ‘Not In My Back Yard’의 약어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공공시설인데도 혐오시설이라 하여 자기 집 주변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당장은 손에 잡히지 않겠지만, 학교시설 공사에 대해서만은 지역 주민들이 ‘님비’ 심리에서 벗어나 울산의 발전과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배려와 아량을 베풀어주었으면 한다. 쾌적한 학교환경을 조성하는 공사는 바로 내 자녀, 내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건설업은 구조물 시공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원만한 소통을 통한 주민들의 협조가 적이다.

김정숙 배광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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