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날!
6월 6일,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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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보훈의 달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충일 주인공들에 대한 고마움이 희석될까봐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바른 국사 복원을 염원하는 사람들에게는 6월 6일이 너무 원망스러운 날이라 우리 미래를 위해 가볍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70년 전 이날은 친일 경찰들이 ‘반민특위 테러’를 자행하여 친일파 청산을 막음으로써 이병도, 신석호 등 친일 식민사학자들이 살아남아 조선총독부 식민사학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도록 만든 날이기 때문이다.

광복 후 일제강점기의 친일 및 반민족 행위를 청산하기 위해 1948년 9월 29일, 국회에서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약칭 ‘반민특위’)가 구성되어 친일파 검거·조사·재판회부 등의 단죄 활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반면,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약했던 이승만 정부는 경험자 부족을 핑계로 조선총독부에서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을 새 정부의 공직에 많이 채용했고, 그러다보니 경찰간부의 80%가 일제에 부역한 친일 경찰로 채워졌다. 그들은 친일 청산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오는 것을 막기 위해 19 49년 6월 6일 오전 8시 30분에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여 전국의 친일파 명단과 친일행적 근거서류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리고 6일 후에는 이 대통령에 의해 반민특위가 해산됨으로써 조선총독부에 협력했던 친일파들의 친일행적에 대한 단죄를 1명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아 이승만의 비호를 받으며 공직생활을 하고 재산을 유지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친일파들은 자신들을 단죄하려 했던 반민특위 관련자들을 당시 척결 대상이던 ‘빨갱이’로 몰고, 연좌제라는 올가미를 씌워 그 후손들이 사회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보니 나라에 재산과 몸과 시간을 바친 항일광복투쟁자의 후손들은 지금 모두 매우 어렵게 사는 반면, 친일파들의 후손들이나 제자들은 사회적으로 ‘가진 자’가 되어 잘 살고 있다.

특히, 역사학계는 조선사편수회에 부역하며 식민사관을 배우고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데 앞장선 이병도와 신석호를 단죄하지 못하고, 오히려 광복 직후 국사교사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개설한 임시중등국사교원양성소에서 자신들이 배운 식민사학을 우리 교사들에게 가르쳤다. 그 후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사학 교수로 자리를 잡아 식민사학이 바른 국사이론인 것처럼 가르쳐 국사학계의 통설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명문대학의 학연을 끈으로 교육부 및 국사편찬위원회 등 관료계와 언론계에까지 손을 뻗쳐 식민사학의 보호망을 두텁게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학문적 허점이 드러날까 염려되자 이들은 학문의 자유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학자에게는 강사 및 교수 자리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정부의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학자들은 강사 자리라도 하나 얻기 위해 바른 역사보다 식민사학을 추종하는가 하면 바른 역사학자들을 ‘사이비 사학자’라고 매도하며 식민사학 추종 교수들의 눈도장을 받으려 애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70년 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고 그 사건이나 친일파들을 재조사하자거나 지금 잘살고 있는 그 후손과 제자들에게 연대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그런 위에 6·25라는 비극까지 겹쳐진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민족적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 후손들도 비록 말은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선조가 살아온 길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 제자들도 조선총독부가 왜곡한 식민사관을 배우고 복창하면서 지금까지 영화를 누려 왔지만 그 내용이 민족적·학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서울대와 고려대라는 명문대학에 들어간 머리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난날의 잘못에 매달리지 말고, 서로가 반성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그래야만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를 되살리고, 분단된 겨레의 통일과 21세기 인류사회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일인사의 후손이나 친일사학자의 제자들도 겨레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함께 손잡고 나아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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