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처우개선, 정부차원 대책 서둘러야
집배원 처우개선, 정부차원 대책 서둘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20 2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벌써 아홉 분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과로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전국 집배원 사고 소식이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처우 개선’ 목소리를 또 한 번 높일 수밖에 없는 전국우정노조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달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다수 국민들의 정서는 그들의 울분에 공감을 표시하는 쪽이라고 믿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울산지역 집배원들의 일과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본보 취재진의 근접취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취재진에 따르면 울산지역 우체국 집배원들의 과로사 위험은 다른 지역보다 높다. 그 근거는 집배원 수의 절대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울산지역을 관장하는 부산우정사업본부는 경남권 우체국의 집배원 부족인력은 170명이며 이 가운데 24.7%인 42명이 울산에 몰려있다고 밝혔다.

모자라서 더 채워야 할 집배원 수가 울산우체국에 21명, 남울산우체국에 16명, 동울산우체국에 5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는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요인이 되고 과로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배원 한 분이 3~4천 세대를 맡아서 하루 평균 1천200건 남짓한 우편물을 처리해야 한다. 그 많은 일을 집배원 310명, 소포(담당)위탁부 50여명이 감당해내자면 몸도 마음도 성할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올 들어서만 크고 작은 사고로 병가를 낸 집배원이 41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전치 2주 이상의 부상으로 공상·상해 판정을 받은 집배원이 21명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인 통계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 우정당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집배원 사망자는 175명을 헤아린다. 한 해 17.5명이 아까운 목숨을 버리는 셈이다. 과로사 102명을 제외하면 2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이보다 더 암울한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울산에서는 최근 들어 일어난 과로사 기록은 없다. 하지만 집배원들 스스로 ‘죽음의 직업’, ‘죽음의 일터’라고 자조하는 것은, 비록 서글픈 현실이지만,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슨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이분들의 입에서 더 이상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 사회는 이분들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정부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때맞추어 울산이 지역구인 김종훈 국회의원(동구, 민중당)이 입을 열었다. 김 의원은 20일자 성명에서 “집배원 과로사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면서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에서 적정 노동시간 보장을 위해 2019~20년 사이 2천여 명 추가충원과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 등 7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재정상황은 추가인력 확보는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집배원들의 건강권과 공공우편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예산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수입원을 만들어주는 등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조기 수습책을 촉구했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와 함께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