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가장 큰 수훈자는 처녀 여선생
6·25전쟁의 가장 큰 수훈자는 처녀 여선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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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준비된 기습남침을 잘 막아내어 적화가 되지 않았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현재의 우리나라가 있다. 6월 25일에 즈음하여, 그때 목숨 바쳐 싸운 많은 전몰장병들과 UN군들의 훈공을 상기하면서 그들의 희생을 값지게 만드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임을 느끼게 하는 글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역사산책을 시작한다.

2010년에 정부의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왔던 영국군 병사 스트레천의 재방한 소감이다. “50년 전 나는 내 일생 중 1년을 한국에 바쳤어요. 나의 작은 공헌이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총성이 멎은 지 60년, 나는 오늘날의 한국을 둘러보고 전쟁에 관한 생각을 바꿨습니다. 나는 한국인들로부터 환대를 받았습니다. 한국은 모든 것이 최신식이고, 멋지고, 기운차고, 얼마간 성스러운(vulgar) 동시에 만물이 번영하는 국가였어요. 나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한테 감사하지 마세요. 내 인생을 ‘가치 있는 인생’으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6·25전쟁 후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되어 전혀 희망 없는 나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만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그때 목숨 바친 전몰장병들과 우리를 도와주었던 나라의 사람들에게 그때의 희생이 ‘가치 있는 희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 많은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비교해보건대 우리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당시에 적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25 때 UN군을 포함한 군인들과 이들에게 협조한 많은 민간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적화가 되지 않았다. 그 중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누구일까?’ 할 때 나는 많은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김재옥 여선생을 꼽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김재옥 선생은 그 해 6월 20일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동락초등학교 선생으로 보직을 받은 지 5일 만에 6·25 발발로 휴교령이 내려졌으나 피난을 가지 않고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7월 6일 오전에 인민군들이 학교로 들이닥치자 ‘국군들은 다 도망갔다’고 안심시키고 뒷문으로 빠져나와 3~4시간을 길도 없는 산 속을 헤맨 후 어렵게 이동 중이던 국군(7사단 6연대 2대대, 대대장 김종수 소령)을 만나 이 내용을 제보했다.

김종수 대대장(후일 중장으로 예편)의 어려운 결심에 따라 연대에 보고도 못한 채 기습공격을 하여 적 1개 연대 이상을 완전 섬멸하여, 인민군의 남하 속도를 1주일 정도 늦추었다. “만약, 그때 인민군이 그대로 남하했더라면 형성될 수 없었던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 김종수 예비역중장의 회고다. 그는 노획한 소련제 무기를 유엔에 보내 소련의 ‘6·25 전쟁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했던 거짓말이 들통 나게 만들었다. 이는 유엔군 참전국 수가 갑자기 늘어나게 해서 적화를 저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셈이 되었다. 이 동락리 전투는 6·25 전쟁 최초의 대승이었기에 국군 역사상 최초로 전 연대 장병이 일계급 특진을 했다.

이런 내용은 국방부의 6·25 전사에 잘 나와 있지만, ‘동락리 전투’라는 이름도 없고, 나라에서는 훈장 하나 주지 않았다. 그래서 2012년에 내가 이런 내용을 강력히 청원한 끝에 2012년 국군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이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유가족이 수령)하게 된다.

앞에 소개한 영국 병사의 말처럼, 6·25 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의 희생이 빛을 발할 수 있게 한 것이 ‘한강의 기적’이었다면, 그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바로 김재옥 선생의 제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용을 모든 국민들이 알고, 앞으로 그런 상황이 생길 때 그런 행동을 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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