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陽)의 기운이 가장 높은 ‘단오’
양(陽)의 기운이 가장 높은 ‘단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6.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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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은 음력 5월 5일로 단오절(端午節)이었다. 이때는 농촌지역에서 대체로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짬이 나는 시기이자 풍년을 기원하는 기풍제(祈?祭)를 지내는 때이기도 하다. 강릉 단오제 문화가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는데, 그 의미를 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여 가볍게 산책해 본다.

단오절을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했고 중오절(重午節), 천중적(天中節), 단양(端陽)이라고도 불렸으니 그 이름에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수리’는 정수리라는 말에서 보듯 ‘머리꼭대기’라는 뜻으로 높다(高)·위(上) 또는 하느님(神)의 의미로 전승되었으니 ‘최고’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무엇이 최고인가?

그 내용은, 한자말에서 찾을 수 있다. 단오(端午)는 ‘끝 단, 낮 오’이니 낮의 끝 즉 ‘낮이 가장 길거나 태양의 힘이 가장 강한 때’가 되고, 이때가 한낮(午)에 태양이 하늘 가운데 가장 높이(端) 뜨는 때여서 중오(重午), 천중(天中)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양(陽)의 기운이 가장 높은(端) 때’라는 뜻의 ‘단양(端陽)’이란 발에서는 그 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다.

24절기로 따지면, 양력 6월 6~8일 보리를 베어야 하는 ‘망종(芒種)’에서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를 지나 7월 7~8일 장마철인 소서(小暑)를 맞이하게 되는데, 단오는 바로 그 사이에 있는 절기다. 이때가 태양이 가장 높이 가장 오래 떠 있는 시기이니 여러 명칭의 의미가 더욱 뚜렷해진다. 단오절 세시풍속을 보면 그런 점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陰)은 여성성, 양(陽)은 남성성으로 보는데, ‘일 년 중 남성의 기운인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 바로 단오절이다. 이런 때를 여성들이 그냥 넘기지 말고 남성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단오절 세시풍속이다. 즉 ‘여성들이 아침에 창포에 머리를 감고’,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의미의 ‘부적을 만들어 붙이고’, 만날 남자의 건강을 위해 식욕을 돕는다는 ‘쑥과 익모초를 뜯는’ 등의 준비를 하는 풍속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런 바람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남자와 여자가 만날 수 있도록 만든 자리가 마을수호신을 비롯해 지방마다 다른 신들에게 풍년을 비는 단오제와 단오굿 등 공동체 의식을 북돋우는 축제였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만나 관계가 이루어지면 ‘대추나무 시집보내기(嫁樹)’를 통해 결혼식을 올리고, 그 다음은 ‘단오비녀 꽂기’로 이어졌다.

이런 준비를 마친 남녀들이 성춘향과 이도령 얘기에서 보듯이 상대를 유혹(?)하고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 단오절 세시풍속의 속뜻이었다. 평소에 외출을 마음대로 못하던 부녀자들도 이날만은 밖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것이 허용되었고, 남자들도 여자들에게 남성의 힘을 보여주는 씨름대회와 석전(石戰) 등 지역별로 다양한 행사를 즐겼다.

또한, 궁중에서는 임금이 많은 남녀 백성들이 서로 만나 자식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악귀를 막고 재액을 물리치는 데 사용하도록 단오구급약으로 알려진 옥추단과 제호탕, 쑥이나 짚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액을 막으려는 애호와 단오부채를 만들어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단오절은 농사일이 한가한 틈을 잠시 이용해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를 벌인 날이었지만 대부분의 책에서는 그 이면의 취지인 남녀관계의 성사를 잘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 글에서 단오의 ‘왕성한 양기’에 초점을 맞추어 세시풍속들을 살펴보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옛날에는 이즈음에 결혼하여 태어난 인구들이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 남자들이 가족 보살피기가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데, 일 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단오의 계절에 그 넘치는 기운을 받아 저출산의 불명예라도 씻을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박정학 역사학박사,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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