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이‘만능’은 아니다
국가재정이‘만능’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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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1만4천원 시대!’ 치솟는 서민물가가 당황스럽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서울 유명 냉면집들이 냉면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울산도 덩달아 가격인상이 예상된다. 이제 유명 식당에서 냉면 한 그릇을 맛보려면 1만4천원을 내야 한다. 이러니 웬만한 서민은 가족과 함께 냉면집에서 외식 한 끼 하는 것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서민 음식으로 여겨졌던 냉면의 값 인상이 유독 크게 다가오긴 하지만 냉면뿐 아니라 외식물가, 더 나아가 생활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마침 소주(참이슬)의 공장출고가격이 6.45% 오르면서 소매가격이 덩달아 크게 올라 냉면에 반주 한 잔 곁들이기도 어려워졌다. 통계청의 2019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치킨 값이 7.2%(지난해 동월 대비) 뛰어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집밥’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지난달에 비해 돼지고기(9.4%)와 양파(20%)·감자(12.1%) 등 식자재 값이 크게 올라 체감상으론 외식할 때보다 장볼 때 더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외식 가격이나 대중교통 이용료 인상 등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이 큰 만큼 일각의 속도조절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체감물가 폭등으로 결국 국민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세종시로 내려가 ‘2019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이 나라의 곳간 사정을 직접 살피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국가의 재정형편을 제대로 알아야 국민이 낸 세금을 알뜰하게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체적 씀씀이를 보면 효율적으로 재정을 쓰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재정을 투입해 늘어났다는 일자리 상당수는 생산성과 관련 없는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노인 일자리는 쓰레기 줍기, 초등학생 등·하교 동행 같은 일을 하고 월급으로 몇 십만원을 받아가는 게 현실이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직접 일자리 참여자 81만4천명 중 민간 일자리 취업으로 이어진 참여자는 16.8%에 그쳤다고 고백하면서 개선책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비효율적 재정지출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으로 내려가면 더 심각하다. 또 출산율을 높인다며 물 쓰듯 재정을 퍼부은 저출산 사업도 효과는 오간 데 없다.

그러는 사이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1%를 돌파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재정 중독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470조원의 수퍼예산도 모자라 지금도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이 추진되고 있다. 내리 3년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라”고 권고했지만 기존 방식대로 허투루 돈을 낭비하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저성장의 터널에 장기간 빠져들 것 같으니 성장동력 강화에 쓰라는 주문인데 추경안에 그런 용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후문(後聞)이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세수진도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저성장 여파로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가계가 움츠러드니 세금도 덜 걷힐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재정이 튼튼하다는 생각도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한국도 10년만 지나면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고 사회복지 수혜자는 급증하게 되면 재정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재정은 인구변화의 충격과 저성장의 그림자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국가재정이 ‘만능’은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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