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사태, 극한대립으로 해결될 일 아니다
현대중 사태, 극한대립으로 해결될 일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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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자 주주총회를 코앞에 둔 현대중공업 사태가 갈수록 난마처럼 꼬여가는 모양새여서 걱정이다. 사측의 ‘물적 분할’의 실력 저지를 천명한 현대중공업노조는 27일 오후 3시30분쯤 주주총회 예정지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 대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보다 1시간 전 조합원들은 울산본사 본관 건물로 진입하려다 회사 측 인원과 충돌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충돌은 격렬한 몸싸움을 의미한다. 회사 측은 노사 양측 수백 명이 2차례에 걸쳐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관 유리문이 깨지고 부상자 다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주주총회 자체를 봉쇄하겠다고 강경대응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22일 대우조선노조와 함께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 진입을 시도하다가 사측과 충돌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10명가량이 연행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법적대응 카드를 미리 준비해놓은 것이 확실하다. 노조원들의 폭력으로 사측 인원 7명이 다쳤고 그중 1명은 실명 위기라며 노조 측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법원의 도장도 다 받아놓았다. 취재진에 따르면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14일 전국금속노조·현대중공업노조·대우조선노조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금지 대상은 주주총회장(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주주들의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 또는 출입경로를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 측 인력의 출입을 막는 행위, 주총장 안에서 호각을 불거나 고성, 단상 점거, 물건 투척 등으로 주주 의결권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다. 주총장 주변 50m 안에서 주주나 임직원에게 물건을 던지는 행위, 2m 떨어진 곳에서 확성기 등으로 소음측정치가 70데시벨(㏈)이 넘도록 소음을 일으키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법원은 노조가 이를 어기면 1회당 5천만원씩을 물도록 얼개를 만들어 놓았다.

갖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현대중공업노조 쪽의 승산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민주노총)을 제외할 경우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라고는 최근 지역사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물적 분할 반대’ 여론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이는 결정적인 법적 무기가 되지는 못한다.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었다.

이른바 ‘행울협’이 뜬 시기도 늦었고 제1야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만시지탄’ 소리를 듣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면피용 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제 전국의 시선은 현대중공업 사태에도 몰리기 시작했다. 사측의 물적 분할 진행을 반대해온 울산 지역사회의 온갖 목소리들이 과연 사측의 밀어붙이기 식 물적 분할을 능히 저지할 수 있을지 하는 데에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는 금물이다. 결론은 이미 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마이웨이 행보에 몰두하는 사측의 의지를 보란 듯이 꺾을 만한 위인도 법적장치도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일전,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 내 모든 대사의 칼자루는 극소수의 몇몇 인사가 쥐고 있다는 설이 무성하다. 그럼에도 울산지역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어느 누구도 ‘극소수의 몇몇 인사’ 얘기는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있다. ‘목에 방울을 달아주어야 할 고양이’에게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때는 이미 늦었지만, 그리고 그것이 면피용이든 아니든, ‘물적 분할’을 반대하는 지역사회 여론지도층의 목소리가 워낙 거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27일만 해도 ‘총집결’ 양상을 보였다. 기자회견 대열에 뛰어든 자유한국당 울산동구 당원협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노동위원회,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민주노총·한국노총 울산본부가 중심이 된 ‘현중 법인분할 중단, 하청노동자 체불임금 해결 촉구 울산지역대책위‘가 그 주체들이다.

사태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해온 김종훈 국회의원의 목소리는 그런대로 귀담아들을만하지 싶다. 김 의원은 “울산시민 압도적 다수(82%)가 법인 분할, 본사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법인 분할에 대해 “알맹이는 서울로 가져가고 울산공장은 부채만 남긴 생산공장으로 만드는 일이자, 총수 일가의 이윤 남기기와 3세 승계에만 도움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지역경제를 더 위기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가 지향하는 투쟁 방식은 노조와 궤를 같이하는 ‘주주총회장 진입 차단’이어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주주총회를 둘러싼 폭력사태에 따른 후유증은 예측하기가 어렵지 않다. 노조더러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는 시민적 요구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노조는 특히 약자의 처지에 있는 사내 협력회사들에 대한 완력행사 즉 ‘갑질’을 멈추어야 한다. 사내 협력사의 전기를 끊고 가스밸브를 차단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측도 지혜롭게 수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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