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동체는 성장 중
아파트 공동체는 성장 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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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맞춰 꽃들이 피고 지는 계절. 예년에 비해 긴 몇 주를 환한 벚꽃이 밝혀주더니, 키 작은 담장에 기대어 조팝나무 꽃무리도 오고 갔다. 이내 도로 가장자리와 도심 공원에 풍년이 들었다. 고슬고슬한 하얀 밥, 이팝나무 가지 끝마다 소복하게 쌀밥 같은 이팝 꽃이 풍년이었다. 그 소복한 이팝에 수분이 날아가고 갈색으로 말라갈 즈음 저만치 낮은 산에서 아까시향이 날아온다. 그리고 먼 산에서는 밤꽃도 피고 지겠지.

그렇게 꽃의 등장과 퇴장 그것도 흰색에 가까운 꽃들이 피고 지는 때를 기억하는 것으로 계절의 시간을 가늠했다. 십년도 더 거슬러 오르는 시계의 자연을 더듬는 일상, 분절된 시간을 더 쪼개어야 할 만큼 무엇이 그리 이끌었던가 싶다.

가능성, 희망, 가치적 사례….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믿음. 어쩌면 보이지 않고 실체가 없어 스스로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포기할 명분이 없어서 선택한 길을 과감히 버릴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추진하는 상황의 빈곤함과 열악함이 준 반어적 고집도 한 몫 했음을 인정해야겠지.

눈에 보일 것. 실체인 결과가 있을 것. 그것은 포기하고 스스로 사라지기 위한 명분 때문이 아니라 돌아보고 점검해서 나아가기 위함이다. 돌아보니 부단한 노력을 해 왔음에도 ‘함께’ 한다는 ‘공동체성’은 소박하다 못해 너무나 빈곤하더라. 곰곰이 되새김질 해보아도 이것은 생활문화로서 공동체운동으로 접근되어 광범위하게 실천해야 하겠더라. 혼자 또는, 몇몇이 모든 힘을 쏟아 붓는다 하여도 근본적인 변화는 너무 먼 이야기일 뿐.

우리 살아가는 일상에 사그라진 불씨 같은 공동체성을 되살리기에 미약한 희생일 뿐이라고 여겨질 즈음, 등장한 사례 몇 가지는 걸어온 길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 상태로 돌려놓고 있는 중이다. 정책과 현장의 엇박자, 행정 프레임의 구조적 한계, 시민 참여의식의 흐름 단절, 다양한 이해관계망 속 높은 벽 등 지쳐간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단순할까봐 억울한 느낌도 있었다. 그런 중에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이 공동체성을 발견하는 활동현장에 참여하거나 모니터링을 하며 충전되어 감을 느낀다.

여러 다양한 사례가 있으나, 울산의 아파트와 공동주택거주 비율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웃 간의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한 게 현실이다. 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에 고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파트 공동체, 거주환경이 열악한 지역 공동체, 고령주민이 많은 지역 공동체 등 공동체성을 강화하여 마을 활성화를 통해 행복한 마을살이가 되어야 하기에.

지난 연말 시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 수행단체로 선정되어 활동한 울주군 웅촌면 한솔그린빌 아파트 공동체 ‘행복텃밭’은 주민 40여명이 모여 아파트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 김장을 했었다. 김장에 필요한 재료는 공동체가 함께 농사를 직접 짓고 수확하여 3일 동안 다듬고 소금에 절이며 협동심으로 마을을 돌보는 노력을 한 것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는 공동체 돌봄 사업으로 ‘커뮤니티 케어’ 지역을 선정했는데 한솔 아파트 공동체가 이미 그러한 일들을 지역에서, 마을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토요일, 남구 루첸아파트 공동체 ‘우리동네 다락방’은 아파트 내 작은도서관과 복도를 활용해 프리마켓을 열었다. 비가 내려서 작은도서관 앞마당 행사를 축소하는 대신 복도를 활용한 건데, 필자가 행사장을 들어서면서 꼬마 주민들의 활기참과 진지함에 마음에서부터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단위 셀러와 많은 아빠가 동참하여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마을공동체활성화사업이 얼마나 사회생태적인가 감동스러웠다. 우리가 지향하는 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아파트 공동체 활동에서 느껴지다니! 희망이 보인다. 100여명의 주민들 잔치가 되어 있는 모습에서 공동체성의 희망을 보았다.

행정안전부는 특성화 마을기업으로 커뮤니티 케어 선정지역, 도시재생 선정지역의 마을공동체를 육성하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에서 마을을 살리는 공동체 활동이 주민이 원한다면 지속적인 영리사업으로 연계할 준비를 정책이 뒷받침한 셈이다.

다양한 공동체 활동으로 공동체성을 확장해가는 일, 아파트 공동체의 성장 사례를 먼저 결과물로 보이고 싶다. 지금 아파트 공동체는 성장 중이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울산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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