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항만 벗어난 육상 화물 감정·검량 ‘무죄’
무자격자 항만 벗어난 육상 화물 감정·검량 ‘무죄’
  • 강은정
  • 승인 2019.05.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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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관련 법, 선박에 싣고 내리는 선적화물만 규정해”
항만 벗어난 화물은 적용 안돼…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
“똑같은 화물 위치 따라 다른 판단, 문제발생 가능성 커”
자격증 없는 감정사, 검량사가 창고나 공장으로 운반된 화물의 계량, 분석 업무를 하더라도 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선박에 싣거나 내리는 화물이 아니라면 무자격자를 써 검수, 검량해도 된다는 해석이 될 수 있어 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셈이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주옥 부장판사는 항만운송사업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업체대표 A(39)씨와 직원 2명 등 3명과 이 업체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와 이 회사 소속 직원 2명은 지난해 3월 15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한 공장에서 수입화물의 계량, 샘플링, 분석 등을 감정사 또는 검량사 자격 없이 맡은 것을 비롯 같은해 7월 26일까지 총 551회에 걸쳐 감정, 검량 업무를 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 등은 공장이나 창고 등으로 운반된 물품을 양하, 계근 과정이나 샘플링 과정을 감독하고 수거한 견본을 영국 법인에 전달한 행위로 볼 때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적화물’을 명시하고 있는 법의 정의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항만운송사업법 상에서의 선적화물이란 선박에 선적된 상태의 화물로 봐야하고 선적화물을 싣거나 내릴때란 화물을 선박에 싣기 시작한 때부터 완료할 때까지, 화물을 선박에서 내리기 시작한 때부터 완료할 때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미 선박에서 내려져 화주의 창고나 공장으로 운반된 화물을 선적 화물이라거나 선박에서 내릴 때의 화물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유추, 확장해석에 해당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각 화물은 선박에서 내려진 다음 물건의 주인인 화주의 창고나 공장으로 운송된 화물이며, 이는 선적화물이 아니므로 ‘항만운송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항만운송사업법상 ‘검량(檢量)’은 화물의 용적, 중량을 계산하거나 증명하는 일이다. ‘감정(鑑定)’은 선적화물 또는 선박에 관련된 각종 증명서류를 조사, 감정하는 일이다. 검수는 화물의 수량을 계산하거나 화물의 인도, 인수를 증명하는 일을 말한다.

이 같은 일은 할 때에는 해양수산부가 시행한 자격시험에 합격한 검량사 6명, 감정사 6명을 비롯 검수사 40명을 등록해야 하지만 업체 대부분이 무자격자를 고용해 영업해오고 있다.

해운업계 재정난 악화와 무자격, 무등록 업체 난립으로 인해 항만운송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판례처럼 육상으로 옮겨진 화물의 경우 검수, 검량을 무자격자가 해도 된다는 법으로 볼 때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똑같은 화물이 항만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무자격자가 검량, 검수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화물의 인도 인수를 증명하고 운송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 사정에 종사하는 검량사, 감정사 등은 항만에서 화물이 원활히 유통되는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업무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직종”이라며 “특히 수출입 화물의 경우 상호 신뢰가 중요하므로 이들의 역할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적재 화물이라 할지라도 전문 자격을 갖춘 검량사, 감정사들이 화물을 분석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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