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BJ 강은비를 응원한다
[성주원의 세상보기]BJ 강은비를 응원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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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축제와도 같은 날이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 선수가 선발 출장해 2골을 기록, 우승후보 맨시티를 꺾으며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은 한국시각으로 새벽 4시. 누군가는 밤을 꼬박 새며 졸린 눈으로 TV를 시청했고 누군가는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시청했다. 어쨌건 손흥민 선수는 2골이나 넣었고 팀은 4강에 진출했다. 1, 2차전 합계 점수는 4-4 동점이었으나,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토트넘이 4강에 진출한 것이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난 경기였다.

‘아, 새벽까지 잠 안자고 보길 잘했어!’ ‘새벽 일찍 일어나 본 게 천만다행!’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경기로 크게 고통 받은(?) 연예인이 한 명 있었다. 바로 BJ 강은비. 2005년 <몽정기2>로 데뷔한 이후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2016년 인터넷방송에 데뷔했고, 현재는 BJ(=broadcasting Jockey)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날 BJ 강은비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강은비가 2013년부터 맨시티의 열혈 팬이었고 그 때문에 이날도 어김없이 맨시티 응원 방송을 했다. 하지만 일부 축구팬들은 강은비가 손흥민은 응원하지 않고 맨시티를 응원하자 악플과 악성메일을 보냈고, 강은비는 업무마비를 호소하면서 맨시티 응원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사실 강은비는 악플과 악연(?)이 깊다. 지난 2005년, 영화 <몽정기2> 홍보차 당시 SBS의 인기예능 에 출연했는데, 이를 계기로 당시 최고의 인기 아이돌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시아준수와 3각관계가 이루어졌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연출이었으나 강은비는 일부 팬들의 질투와 오해를 사게 되면서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 괴롭힘을 당하게 되었다. 안티 팬들이 촬영현장으로 찾아가 난동을 부리거나 집으로 죽은 쥐나 면도칼을 보냈던 것. 그 정도가 도를 넘자 강은비는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다고도 했다.

2005년부터 나름 악플에 면역(?)이 된 그녀였지만 이번에도 일부 축구 팬들의 항의를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웠나보다. 강은비는 “제가 축구를 왜 좋아하고 왜 사랑하는지 모르셔도 되고 저를 미워하셔도 좋다. 그런데 악플과 악성메일은 그만 보내 달라. 지금 너무 힘들다. 이메일이 영상 올린 지 3시간 만에 200개가 넘게 왔다. 업무용 이메일인데 아무것도 작업을 못하고 있다”며 힘든 심정을 밝혔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지금 EPL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박지성 선수가 있었다. 히딩크와 함께 2002년의 신화를 쓰고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 2005년까지 활약한 후 2005년에 맨유로 이적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맨유의 라이벌 그룹 첼시를 후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강은비의 응원 논란과 같은 논리라면, 맨유를 후원하지 않고 첼시를 후원한 삼성전자는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첼시에 가지 않고 맨유에 간 박지성이 잘못한 것일까?

물론 박지성이 소속된 팀과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팀이 일치했으면 정말 좋은 그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 법. 삼성전자는 자사의 이미지와 맞는 파란색 유니폼을 쓰는 팀이 필요했다. 박지성도 첼시보다는 본인을 필요로 하고 본인의 꿈을 펼칠 곳을 맨유로 보았기 때문에 맨유로 간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첼시의 선전을 바라면서도, 맨유의 박지성 또한 좋은 활약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대다수였을 것이다.

강은비는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기 훨씬 전인 2013년부터 맨시티를 응원해 왔다고 한다. 손흥민이 현재 소속된 토트넘을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본인이 이전부터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강은비는 본인이 맨시티 팬이든 다른 팀 팬이든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사과했지만, 이게 과연 사과하고 온갖 욕을 들을 정도로 잘못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대승적으로 사과하고 논란을 마무리한 강은비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BJ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주기 바란다.

성주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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