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분리형 화장실 지원시책에 거는 기대
남녀분리형 화장실 지원시책에 거는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5.0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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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이 최근 ‘화장실문화’에 눈길을 돌린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비록 그 대상이 ‘민간이, 남녀분리형으로 짓는, 개방형 화장실’이란 한계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울산지역 지자체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쓰던 문제에 눈을 떴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울산에서 ‘화장실문화 개선’ 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적이 있었다. 그 시기는 ‘2002 한일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직후였고, 주체는 민간단체였으며, 구호는 ‘주유소·충전소 화장실 전면개방’이었다. 비록 이 운동이 그리 오래 가진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효과는 있었다. 특히 이 운동의 취지에 전폭 공감한 SK에너지는 수년간 ‘SK’ 간판을 단 주유소·충전소들이 화장실을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다른 간판의 주유소·충전소들은 그리 오래지 않아 하나둘씩 손을 떼기 시작했고, 비교적 오랫동안 모범을 보여주던 SK 계열 화장실들도 차츰 관심이 식어만 갔다. ‘화장실문화 개선’을 부르짖던 정치인 출신 어느 민간단체 관계자가 울산을 떠나면서 운동의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울주군의 이번 사업을 ‘주목할 만한 일’로 보는 것은 사업주체가 지자체여서 지속가능성을 점칠 수 있어서이다.

울주군이 남녀분리형 화장실 개조 공사를 지원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몰래카메라’나 성추행과 같은 악성 범죄 예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녀공용 화장실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인도다. 2014년 ‘화장실 성폭행사건’이 꼬리를 문 이후 세계화장실협회(WTA)가 “인도에 화장실을 지어 성폭행 방지에 앞장서겠다”고 한 말은 이 나라 화장실문화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클린 인도’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염소 여러 마리를 팔아 집에 화장실 2개를 지은 104세 할머니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시하는 사진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울주군의 ‘민간 개방화장실 남녀분리 지원사업’에 따른 지원금은 공사비의 50%선, 최대 1천만 원까지이고, 그 대상도 2곳이 전부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것만 해도 어디인가. 울주군수의 이번 용단을 계기로 화장실문화 개선 의지가 울산시와 다른 자치구로도 빠른 속도로 번지기를 기대한다. 그 열쇠는 단체장들의 정책의지 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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