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줄어드는 천연공기청정기의 수명
산불로 줄어드는 천연공기청정기의 수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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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여러모로 숨 쉬기 힘든 세상’이다. 올 들어서는 미세먼지가 유난히 극성이다. 어떨 때는 미세먼지가 여러 날 연이어 온 나라를 뒤덮는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저감 조치와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화력발전에 대한 규제, 노후경유차의 운행 제한,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 등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해결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차단하거나 발생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미세먼지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뉴스에서는 인공강우를 만들어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씻어 내리는 방법도 전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이 우리 주변에는 없을까? 있다. 그것은 나무심기 즉 조림(造林)이다. 본디부터 나무에는 산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 나무들 중에 잎이 넓고 표면이 거칠고 끈적끈적한 상록수종은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림으로 만들어진 숲은 바로 자연이 빚어낸 ‘천연 초대형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하고 고마운 숲들이 매년 봄마다 산불로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4월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속초, 강릉옥계·동해망상, 인제 지역의 산불은 또다시 축구장의 735배나 되는 250ha의 아까운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매년 엄청난 산불피해가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산불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숨도 쉬기 어렵고 집안에서는 창문도 마음대로 못 열고 공기청정기에 의존하는 터에 나무를 더 심고 숲을 더 가꾸지는 못할지언정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이처럼 아까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산불은 벼락과 같은 자연현상이나 포사격훈련, 여객기 추락사고는 물론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로도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원인을 나열해보면 첫째, 산 속에서 화기(火器)를 사용하고 나서 뒤처리를 제때 하지 않는 경우다. 불씨가 살아있는 담배꽁초를 무의식 중에 버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산속이나 산자락에서 캠핑을 하면서 화기를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째, 산에서 가까운 곳에서 논두렁이나 밭두렁, 또는 쓰레기를 소각하는 행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봄철에는 불씨가 날려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밖의 원인으로는 방화나 불장난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사전예방책으로는 △산불 취약지역 순찰과 산불 감시 △언론(방송·신문 등)을 통한 홍보와 소방서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지속적인 캠페인 △입산 통제(입산 시 인화물질의 반입 금지 포함)와 같은 일반적 행정행위가 있다. 이밖에도 산불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폭 20m 정도의 방화선(방화지대)을 구축하는 방법 △동백나무처럼 화재에 강한 나무로 방화림을 조성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앞서 예로 든 방법들은 효과는 다소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예방책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가 산불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인식하고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경계와 주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숲의 파괴는 미세먼지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지금 이 시점에도 산불은 언제 또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공기청정기가 일상이 된 지금 인간의 부주의로 자연이 만든 거대한 천연 공기청정기의 정화 용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천연 공기청정기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했으면 한다.

김현재 경주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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