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가림막도
졸린 눈 뜨고 보는
봄날 오후
한마디로 가장 디카시의 철학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극찬할 만한 작품이다.
작가는 길을 가다 공사장 가림막의 바람 구멍 한쪽이 바람에 살짝 날리는 걸 보았다.
거기서 가림막과 내가 하나가 되어 시적 자아로 거듭나게 된다.
어쩌다 마주친 상황의 순간적인 느낌이 시적 형상화를 통한 작품으로 태어난 것이다.
요즘은 멀리 가지 않아도 벚꽃을 볼 수가 있다.
길거리 가로수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벚꽃이지만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는 관광지에서 보는 그 벚꽃이라는 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난 것처럼 거리의 꽃이 내 마음에 훅 들어오는 날이 있다.
가까이 있지만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보이는 그 꽃.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십 여일의 짧은 생으로 마감한다.
설명하기 힘든 아쉬운 계절이기에 늦기 전에 가까이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글=박동환 시인
저작권자 © 울산제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