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오해와 진실
경험, 오해와 진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2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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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신문에 보도된 ‘전화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정리해 봤다.

“신라 기생 전화앵 묘역 성역화 논란”, “전화앵은 울산의 기생이 아니라 동도 명기 즉 경주의 기생이기 때문에 더욱 성역화하기에는 무리수”, “역사 기록에 전화앵은 고려의 명기였고 그녀의 묘는 열박령에 있다는 것이지만, 어느 날부터 느닷없이 신라 말 충절지사로 둔갑해 성역화 대상으로 각색돼버린 것이다.”, “그동안의 전화앵 성역화 주장이 소집단의 문화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지난해 8월에는 묘역이 활천산업단지에 포함되자 문화계 인사를 중심으로 묘역성역화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전화앵에 대한 부정적 의견의 중심에는 ‘기생의 묘역 성역화’가 있었다. 뛰어나고 훌륭한 위인이 아닌 기생이라는 선입견에 천착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전화앵 묘역 정비’로 접근했다면 보다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2002년, 울산학춤보존회는 제1회 전화앵제를 개최했다. 올해 18회를 맞이한다. 2018년 제17회 전화앵예술제를 개최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전화앵 무덤의 진위와 전화앵의 충절, 전화앵 묘역의 성역화에 대한 표현을 자제하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하는 개인적 주장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때부터 ‘추모제’의 명칭을 ‘예술제’로 변경했다.

1997년, 김성수가 신라 ‘계변천신 설화’를 바탕으로 울산학춤을 발표했다. 이후 신문·방송은 물론 몇몇 인사도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양산학춤과 사찰학춤을 추던 김성수였기에 부정적 선입관이 작용한 것이다. 양산학춤과 사찰학춤을 이름만 바꾸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1년,〈울산학춤의 생성 배경과 변천〉(2011. 경북대대학원 체육학과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한국 전통춤에 울산〈계변천신 설화〉를 접목시켜 울산학춤을 재현·안무한 김성수가 있다.”라는 학문적 표현을 구사했다. 2014년, 울산학춤보존회가 마련한 '울산학춤 활용방안'에 대한 콜로키움이 있었다.

“울산학춤은 전통무인가? 아니면 창작무인가? 울산시민이라면 거의가 전통무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뒤늦었지만 이렇게 울산학춤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단순히 울산학춤이라는 한 예술작품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울산 사회의 전체 수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년간 울산 사회는 검증도 없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울산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콜로키움에 함께한 토론자의 지적이었다. “(울산학춤이-필자 임의삽입) 비록 1997년에 만들었더라도 다른 곳의 학춤과는 근본적으로 차별성을 갖춘 빼어난 춤사위로 구성된 또 하나의 학춤으로서 당당하게 존재했으면 한다.” 같은 토론자의 제언이었다. 그 후 ‘재현·안무’란 표현 대신 ‘창작’이란 표현이 쓰이고 있다. 현재 울산학춤의 공연 기록은 1천63회(201 8.12.31. 기준)에 이른다.

2019년, 울산시는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명촌교∼석남사 40㎞)’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이 사업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신문에 보도된 글들을 모아 봤다.

“자연환경 파괴 우려”, “새로 조성하는 대나무 숲이 기존 생태계 교란”, “대나무 심으면 홍수피해 키우고 경관도 저해”, “백리라는 숫자에 집착”, “태화강 백리대숲 사업이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는 성과 위주 전시행정이 아니라면 한 박자 늦출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관심 있는 시민이나 시민단체의 부정적 시각은 ‘명촌교 하류 대숲 조성사업’이라는 열 한 글자에 있었다. 기존의 넓은 억새밭을 파헤쳐 없애고 그곳에 대숲을 새로 조성한다는 말로 오해한 것이다.

지난 3월 4일,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참여 홍보 현장에 모습을 보인 송철호 시장에 관한 자료화면을 찾아내고는 반복해서 들어봤다.

“십리대숲 길을 백리로 확장해 보자. 물론 전부 다 대나무가 촘촘하게 한꺼번에 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일을 시작해 놓으면 또, 대대로 시민과 사회단체에서 우리도 거기다 심자, 이러면서 띠를 이어가자는, 그러니까 시민이 주인이 되는, 그렇게 해서 시민이 실제로 참여해서 심고 가꾸고 또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오래고 장구한 계획을 지금 시작하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십리대숲 길을 백리로 확장’, ‘대나무길 띠를 이어가자’, ‘장구한 계획을 지금 시작하는 것’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실상을 알고 보니, 태화강 백리 대나무길은 킬로미터(㎞)의 연장이지 결코 면적을 확장하는 킬로제곱미터(㎢)의 연장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태화강 100리 대나무길 연결 작업’이 진실인 것이다.

감성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오해가 생긴다. 울산 태화강 대나무 백리길이 완성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의 길, 힐링의 길이 될 것이다. 이제 진실이 밝혀졌다. 시민 모두는 막연한 지레짐작에서 벗어나 기쁜 마음으로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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