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독립운동기념사업 조례’를 발의하면서
‘울산 독립운동기념사업 조례’를 발의하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4.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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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밤,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마지막 여정- 고헌 박상진’이란 창작 뮤지컬을 관람하는 내내 가슴속의 뜨거움으로 옆에 앉은 아내 몰래 한없이 눈물을 훔쳤다. 여태껏 그날의 여운이 감명 깊게 남아 있다.

알다시피, 고헌 박상진 의사는 항일단체 광복회를 조직하고 초대 총사령으로 무장항일운동을 이끌다 체포되어 대구형무소에서 처형당한 울산이 낳은 독립운동가다. 판사란 입신양명이 보장된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오직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마저 내놓은 독립지사다. 충절의 고장 울산의 자랑이요 민족의 빛이 아닐 수 없다.

공연이 끝나고 박상진 의사 그리고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유적과 자료를 조사하면서 심히 부끄러웠다. 사실 박상진 의사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가 복원, 동상 건립, 공연 등 기념사업이 있었긴 하지만 또 다른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와 울산에서 일어난 3.1 독립만세운동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기념사업이 없었다. 그분들의 공훈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조사나 기념사업이 전무한 상태인 것이다.

다행히,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정부 주도아래 국비를 지원받아 시와 구·군에서 달동 문화공원 내 울산항일독립운동 기념탑 건립, 박상진 의사 생가 뒤쪽의 박상진 의사 동상 건립 사업 등 20여 가지 행사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념사업이 어느 한 해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독립운동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발전시키면서 생활 속에서 체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개되어야 한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일제의 침략과 만행으로 인한 피해와 잔재들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독립된 조국에서조차 독립운동가의 후손들 가운데는 3대가 피죽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난에 시달리고, 핍박이 두려워 드러내 놓고 독립운동가 자손이란 말도 못한 채 숨죽여 사는 후손도 있다고 들린다. 그러다보니 독립운동가 발굴이 늦어 자료가 훼손되고 망실되어 등록이 안 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반면, 친일매국 인사와 그 후손들은 고개를 쳐들고 큰소리치고 사는 어처구니없는 마주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토착왜구나 다름없는 존재들이 나타나 급기야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를 폄훼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세상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실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일수록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물려준 독립의 터전을 굳건히 지키고 그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독립기념 사업을 꾸준히 펼쳐나갈 소명이 우리에겐 주어져 있다.

이에 필자는, 독립운동가들의 공훈 발굴과 등록을 위한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 그밖에 독립운동정신 계승에 필요한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가칭「울산광역시 독립운동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최근에 대표로 발의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울산시와 구·군, 교육청은 숭고한 독립운동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과 학술, 문화사업, 사료수집과 연구·관리·전시, 위령비 건립, 표지석 설치 등 각종 기념행사 또는 추모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우리가 이것이라도 해야 순국선열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지 않겠는가.

손종학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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