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성류굴 내부서 국내 첫 명문 발견
울진 성류굴 내부서 국내 첫 명문 발견
  • 김보은
  • 승인 2019.04.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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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전리 각석과 비슷한 시기 추정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에 있는 글자와 비슷한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진 성류굴의 '신유년' 글씨.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에 있는 글자와 비슷한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진 성류굴의 '신유년' 글씨.

 

국보 제147호 ‘울주 천전리 각석’와 비슷한 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 수십개가 ‘울진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에서 발견됐다. 동굴 내부에서 발견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울진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성류굴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동굴을 조사하던 중 입구에서 230여m 떨어진 지점 주변에서 각석(刻石) 명문 30여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불영사 계곡 부근에 있는 성류굴은 전체 길이가 약 800m인 석회암 동굴로, 글씨는 일반인 접근이 제한된 지역의 석주·석순·암벽에 음각 형태로 새겼다. 글자 크기는 다양하며, 대부분 정자체인 해서(楷書)이고 일부가 약간 흘려서 쓴 행서(行書)로 조사됐다.

명문 중 하나는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으로, 정원 14년 8월 25일에 승려 범렴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문화재청은 신라시대 화랑이나 승려들이 석류굴을 수련 장소로 활용했고 동굴에서 의례를 치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또한 ‘신유년’(辛酉年)과 ‘경진년’(庚辰年) 같은 간지, 통일신라시대 관직 명칭인 ‘병부사’(兵府史), 조선시대 율진현령을 지낸 인물인 ‘이복연’(李復淵)이라는 글자도 확인됐다. 그 중 ‘신유년’과 ‘경진년’은 천전리 각석에 있는 글자인 ‘을사년’(乙巳年, 525년 추정)과 비슷한 시기에 새긴 것으로 보이며, 524년에 제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국보 제242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 해서와 동일한 서체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류굴 명문은 신라시대 이후 정치·사회사와 화랑 제도 연구에 도움이 되는 사료로 보인다”며 “각석 명문을 실측하고 기록화 작업을 벌이는 한편 연차별 정밀 학술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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