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의 진면목은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게서 찾을 수 있죠.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20대는 강렬한 이야기의 도스토옙스키,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된 3~40대는 톨스토이의 책을 읽어보세요.”
19세기 러시아문학을 연구하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초과정부 윤새라 교수의 말이다.
지난 9일 남구 삼산동 교보문고 울산점에서 만난 윤 교수는 이같이 권하며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날 그는 최근 펴낸 첫 저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장편소설 속 만남과 헤어짐’과 관련해 저자강연회를 개최했다.
윤 교수는 자신을 ‘도스토옙스키 덕후’라고 소개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아버지가 사놓은 세계문학전집에서 처음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백치’에 매료된 뒤 러시아문학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도 도스토옙스키의 말로 읽고 싶어 노어노문학과에 진학했을 정도다.
반면 이 시절 톨스토이의 작품은 그에게 그다지 감명을 주지 못했다.
그는 “문학도로서 톨스토이는 좋아하기 힘들더라.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저평가되는 ‘부활’을 가장 먼저 읽은 탓도 있지만 극적이지 않은데다 인간의 비루함, 이기심 등 현실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돼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깊이감이 있다면 톨스토이는 또 다른 경지에 이른 광대함이 있다. 그의 작품은 인생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다. 여러 경험들이 쌓인 40대가 돼 비로소 이해한 부분이 많았다”며 “두 작가를 제대로 알려면 이들의 장편소설을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윤 교수는 두 작가에 대한 애정을 책 집필로 이어갔다. 일명 ‘도토리 프로젝트’. ‘동시대를 살다간 두 작가가 왜 만나지 않았을까’는 의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2013년 여름부터 시작해 5년여 만에 책을 마무리한 그는 “홀가분함과 안도감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 대중과 소통하고 많이 읽혔으면 했다. 그러나 이름을 걸고 낸 첫 책이다 보니 인지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출판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다음 책은 더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관점에서 두 작가를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조만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앞으로 울산에 터를 잡고 살면서 연구자로서의 책임, 울산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반 전 정년을 보장하는 영연직 심사에 통과했다. 여유가 생겼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다. 살아남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제대로 인문학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지역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활동들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새라 교수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울산에서 성장했다.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앤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울산으로 돌아와 UNIST 기초과정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김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