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철쭉제 안 가시나요?
[조상제의 자연산책]철쭉제 안 가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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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참으로 가슴 설레고 벅찬 달입니다.

4월의 대지, 신선세계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복사꽃, 살구꽃, 자두꽃, 진달래 피고, 벚꽃놀이가 끝나갈 즈음 철쭉은 형형색색의 색동옷을 갈아입고 또 다른 세상을 펼칩니다. 공원에도, 길가에도, 정원에도 철쭉은 빠르게 4월과 함께 주변을 천연색으로 물들이고, 5월이 되면 산야를 물들입니다.

그런데 그 진달래 집안의 철쭉들이 참으로 헷갈립니다. 진달래, 철쭉, 연달래, 산철쭉, 수달래, 영산홍, 연산홍, 왜철쭉, 일본철쭉 등. 구분이 되시나요? 오늘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철쭉이라 부르는 진달래 집안 호적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진달래는 아시죠? 김소월의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르고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꽃. 한자로는 두견화(杜鵑花)라 부르고 3월에 피는 그 꽃.

다음은 진짜 철쭉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부르는 철쭉 말고, 진짜 철쭉은 뭘까요? 진짜 철쭉의 꽃 색은 연분홍색입니다. 반 음지 식물로 키가 보통 2m에서 5m까지 자랍니다. 진달래가 피고 연달아 핀다고 해서 연달래라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 중국, 일본이 자생지인 철쭉(연달래)은 삼국유사에 처음 수로부인 이야기에 나옵니다.

신라 최고의 절세미인 수로부인은 성덕왕(702~737) 때 강릉태수로 부임한 남편 순정공(純貞公)을 따라가게 됩니다.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낭떠러지에 활짝 핀 철쭉꽃을 보고 꺾어서 가지고 싶어 했으나 아무도 낭떠러지에 올라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마침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꽃을 꺾어 헌화가와 함께 부인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삼국유사 원문에 척촉화(? ?花)로 나오는 바로 이 꽃이 연분홍 철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척촉화는 철쭉 척(?), 머뭇거릴 촉(?)자를 써 ‘꽃이 너무 아름다워 산객이 길을 가다 걸음을 머뭇거린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쭉은 우리나라 전국에 자생하며 한라산 중산간에서도 5월에 가면 아름다운 철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산철쭉은 뭔가요? 철쭉이 연분홍이라면 산철쭉은 진분홍입니다. 진달래꽃을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한다면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므로 개꽃이라 부릅니다. 꽃술을 만지면 진득거립니다. 철쭉의 키가 2m이상이라면 산철쭉은 사람의 키를 넘지 못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원산지가 우리나라입니다.

지리산 바래봉(해발 1천165m)은 해마다 5월이면 진분홍 산철쭉 꽃으로 물듭니다. 전국 제일의 산철쭉 군락지라는 유명세를 타면서 한 달도 채 안 되는 개화기 동안 전국에서 20만명의 탐방객이 꽃구경을 온다고 합니다. 1972년 남원시 운봉읍에 한국·호주 면양시범농장이 국립종축장 분소로 설치되면서 바래봉 일대는 양떼 3~4천 마리가 사는 한국 속의 오스트레일리아가 되었습니다. 그 양들이 다른 풀이나 나무는 모조리 뜯어먹었지만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않아 이곳이 전국 최대의 산철쭉 군락지가 된 것입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산철쭉을 물철쭉 또는 수달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젠 참으로 골치 아픈 영산홍(映山紅)을 한번 볼까요? 영산홍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산을 붉게 물들이는 꽃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산야를 붉게 물들이는 철쭉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산야에 피는 철쭉과 산철쭉은 연분홍이나 진분홍으로 산을 물들이죠. 다음 백과사전의 정의에 의하면 “영산홍은 일본에서 자라는 철쭉의 한 종류인 사쓰끼철쭉(サツキツツヅ)을 기본종으로 개량한 철쭉의 원예품종 전체를 말하며, 서로 교배하고 육종한 것이 수백 종이 넘어 일일이 특징을 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영산홍이란 ‘사쓰끼철쭉을 대표종으로 품종 개량한 일본 산철쭉 무리’라고 정의하고자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산홍은 원래 일본인들의 꽃이었습니다. 그럼 영산홍이 우리나라엔 언제 들어왔을까요?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세종 23년(1441) 봄, 일본에서 철쭉화분 몇을 진상하였다. 주상께서 내정(內庭)에 두게 하였는데 꽃송이가 무척 크고 오래도록 지지 않아 우리 품종과는 그 고움과 추함이 서시(西施)와 모모(?母)와 같다” 하였습니다. 강희안은 일본철쭉 영산홍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중국의 최고 미인 서시와 같다고 하고 다른 철쭉을 못생긴 여자를 대표하는 모모와 같다고 하였을까요? 일본철쭉은 사쓰끼철쭉으로 조선에서는 영산홍이란 이름으로 왕조실록에도 등장하면서 조선의 선비들이 즐기는 꽃으로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영산홍을 제일 좋아한 임금은 연산군이었습니다. 『연산군일기』에 따르면 연산 11년(1505년)에 영산홍 1만 그루를 후원에 심도록 하였습니다. 영산홍을 연산군의 사랑을 받을 꽃이라 연산군 할 때 연(燕)자를 써 연산홍(燕山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산철쭉과 영산홍을 구분할 때 꽃 수술의 개수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우리 산철쭉은 수술이 10개이고 영산홍은 5개입니다. 그럼 6개, 7개, 8개 등은 뭔가요? 그것은 산철쭉, 철쭉, 영산홍의 교잡종으로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진달래과 집안에는 진달래(Korean rosebay)가 있고, 진짜 철쭉이자 철쭉의 왕이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가 원산지인 철쭉(Royal Azalea)가 있으며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산철쭉(Korean Azalea)이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원산지인 사쓰끼철쭉(Satsuki Azalea) 등을 개량한 일본철쭉을 한국에서는 영산홍, 연산홍, 일본철쭉, 왜철쭉 등으로 부릅니다. 하나 더 철쭉과 산철쭉은 낙엽관목인데 비해 사쓰끼철쭉은 상록관목입니다.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올 봄엔 우리 철쭉인 황매산 산철쭉이나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조상제 범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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