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그루 심기, 수종 선택부터 잘하길
천만 그루 심기, 수종 선택부터 잘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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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지방정부가 의욕적인 녹화 계획을 세우고 지난 21일 그 밑그림을 공개했다. 계획의 요지는 ‘앞으로 10년간 나무 1천만 그루를 심겠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이날 계획 동참 의사를 밝힌 울산상의,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11개 민간단체와 ‘1천만 그루 나무심기 참여 협약식’도 가졌다.

울산시가 내세운 표면적 명분은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태화강 지방정원을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송 시장의 원대한 포부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나무를 심는 사업은 이 땅에서 살아갈 후대까지 생각하는 미래지향적 사업이다. 동참 의사를 밝힌 민간단체와 울산시 관계자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그래서 보낸다.

그러나 ‘1천만 그루 나무심기’는 수십 년, 수백 년을 내다보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기 전에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수종 선택’이다. 나무의 특성이나 생태적 여건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이 실적 올리기에만 치우쳐 무턱대고 심기에 급급한 상황만은 막을 필요가 있다. 수종 선택 과정에 중지를 모으고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듯’ 조심스레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예비과정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앞선다. 협약식 당일 참석자들이 남구 옥동 산138번지 일원 2ha에 심은 것은 편백나무 2천500그루였고, 적잖은 참여단체들의 선호수종 역시 편백나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심을 나무에는 백리대숲 조성에 쓰일 대나무도 다수 있겠지만 선호수종이 특정수종에 치우치는 현상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울산시가 오는 4월 3일 11개 민간단체 관계자 등 20여명을 불러 모아 실무자회의를 열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 자리는 울산시가 울산아파트연합, 울산자연보호협의회 등 참여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산림청이 권장하는 주요 조림수종과 조달청이 고시하는 조경수목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가 전문단체의 설명도 듣고 의견교환을 통해 중지도 모으는 자리 구실도 동시에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특정수종에 대한 ‘편식 현상’을 극복하는 자리도 되기를 바란다. 전문기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은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가 27일 발표한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큰 수종’에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연구소가 한반도 남부권역에서 심기를 권장하는 대표적인 수종은 ‘종가시나무’다.

주목할 점은 종가시나무가 성안동 고가진입로 부근(200년생 추정), 옛 웅촌면사무소 근처 등 울산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울산이 이 수종의 생장에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천만 그루 나무심기’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태도시 울산’의 지렛대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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