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변 봄꽃들에게 이름을 불러주자
가로변 봄꽃들에게 이름을 불러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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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 꽃이 그렇다. 길가에 다양한 봄꽃 화분이 놓여있어도 색깔대로 빨강·노랑꽃이라 한다. 계절 따라 늘 그렇게 우리 곁에 왔다 간다. 소득 3만 불이 넘는 이 시점, 우리도 곁에 있는 것들에 눈길을 줄 때도 됐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만나면 통성명(通姓名)부터 하고 명함을 주고받는다. 올해부터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가로변 화분에 꽃 이름 팻말을 꽂을 것이다. 이들 봄꽃에게 너 이름은 뭐니? 어디서 왔니? 춥니? 덥니? 배고프니? 하며 안부를 묻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울산에 심어놓은 대표적 봄꽃의 이름과 간단한 특징을 알아보고 의미를 새롭게 입혀보자. 지난해 가을부터 농업기술센터 하우스에서 기나긴 겨울을 지나고 피어난 꽃들로, 47만 포기가 구·군과 시설관리공단 가로변 화분에서 봄을 맞고 있다.

① 튤립은 4만 포기를 시설관리공단에 공급해 축제용으로 심는다. ② 팬지는 제비꽃과로 한두해살이 꽃이다. 어원은 프랑스어의 ‘팡세(Penser=생각하다)’. 꽃 모양이 명상에 잠긴 사람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유럽이 원산지로 8~9월에 씨를 뿌리면 이듬해 이른 봄에 꽃이 핀다. 추위에 강해 -5℃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지만 더위에는 약하다. 꽃말은 사색, 사고, 사랑의 추억.

③ 금잔화(金盞花)는 우리말로 ‘금빛 술잔을 닮은 꽃’이라고 한다. 태양과 함께 피고 지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아침 일찍 금잔화가 지면 그날은 비가 올 것이라고 점다. 유럽 원산의 한해살이풀로 추위에 강하다. 꽃말은 이별의 슬픔. ④ 데이지는 유럽 서부지역이 원산지로 원종은 한국에 흔히 자생하는 민들레와 비슷하게 생겼다. 영국 사람들은 낮에 꽃이 피고 밤에 꽃잎이 닫는 모습을 ‘Day’s eye’라 하는데 데이지는 여기서 나온 이름이다. 꽃말은 희망, 평화.

⑤ 프리뮬러는 원래 추운 고산지역 식물이라 긴 겨울을 나야 이듬해 봄에 꽃이 탐스럽게 핀다. 여름철 더위에는 매우 약하다. 많은 품종들이 나와 있고 화원에서 1~2월부터 볼 수 있어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다. 꽃이 작고 모양이 아름다우며 색깔도 종류가 많아 분화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식물원이나 공원에서 화단용으로도 많이 심는다. 꽃말은 번영, 행복, 소년시절의 희망이다. ⑥ 흔히 아프리칸 데이지(African Daisy)라 불리는 꽃들이 오스테오스펄멈 종류이고, 원산지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남서부이다. 꽃잎은 흰색과 분홍색·자주색·노란색·파란색·보라색 등으로 다양하고, 짙은 녹색 줄기와 잎을 가지고 있어 관상화로 인기가 높다. 종에 따라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핀다. 꽃말은 원기, 행복.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봄꽃은 지금 울산 곳곳에 심어져 있는 꽃들이다. 올봄은 너희들이 있어 마음의 미세먼지도 씻기고 계절은 더 풍성해지는구나! 이러한 마음을 안고 길을 가면 그들은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언제나 거기서 나를 반기겠지. 꽃다발을 한가득 가슴에 안고서….

<윤주용 울산농업기술센터 소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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