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의사와 울산 알리기
박상진 의사와 울산 알리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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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헌 박상진 의사! 그는 누구인가? 울산사람도 잘 모르는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울산사람. 3월에만 가끔 어필되는 사람. 역사책에도 안 나오고 한국사 시험에도 안 나오는 사람. 그래서 학생들은 더 모른다.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다.

1884년 울산에서 태어나 허위 선생에게서 한학을 배운 후 양정의숙에 진학했다. 법률과 경제를 전공하고 경술국치 해에 판사시험에 합격하여 평양법원에 발령받았으나 사퇴했다. 1912년 대구에서 일제의 눈을 피하려고 곡물상으로 가장한 상덕태상회를 설립하여 독립투사 군자금 마련 등의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안창호와 양기탁이 주축인 신민회와 대구·경북 지역 독립운동단체인 조선국권회복단에도 가입해서 활동했다.

1915년 만주에서 독립군을 양성하여 무력으로 독립을 달성할 목적으로 광복회를 결성하고 초대 총사령을 맡았다. 우리가 잘 아는 김좌진 장군이 광복회 부사령이었다는데 총사령을 잘 모른다? 광복회는 일제가 강압적으로 징수한 세금을 운반하던 우편마차를 습격하여 거금 8천700원을 탈취하기도 했다. 생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경주 녹동으로 내려갔다가 체포되어 1921년 38세로 교수형을 당했다.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로 100인 울산시민 뮤지컬 단원을 1월에 모집한 바 있다. 연기, 코러스, 무용 부문으로 나누어 울산 거주자 100명을 뽑았다. 마침내 3월 8, 9일 이틀간 창작뮤지컬 ‘마지막 여정 고헌 박상진’의 막이 올랐다. 물론 전문가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일반인도 서너 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팸플릿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출 솜씨가 뛰어난 덕도 있겠지만 단원들도 출연료는 받아도 대단한 사명감으로 임했을 것이다. 뮤지컬은 100인의 시민단원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모두 하모니와 율동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거의 완벽하게 끝이 났다. 마지막 부분에서 울산시장이 직접 나와 출연진을 인사시키고 울산의 독립유공자 자손을 소개했는데 이 또한 깜짝 이벤트였다. 시장과 100여명의 출연진과 관객들이 함께한 이 공연이야말로 정말 3·1만세운동의 기본정신을 본받은 기획이었다.

몇 해 전 같은 장소에서 본 공연이 있었다. 2층은 거의 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많은 예산과 공을 들여 공연하는데 시민 참여율이 저조해서 안타까웠다. 이번에는 물론 시민단원 100인의 가족들만 해도 좌석을 어느 정도 채웠겠지만, 학생과 일반관객들로 가득 차서 참으로 흐뭇했다. 무료이기도 하지만 기획과 홍보도 잘 된 것 같았다. 소책자를 만들고 전 학년이 우리 고장의 역사를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하여 탐방하게 하고 홍보물도 보게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증을 받아 역사교과서에도 실리게 하는 등 박상진 의사를 알리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했으면 하는 맘이다.

다음날 여고 총동문회 탐방단이 박상진 호수공원 트레킹에 나섰다. 생가에서 조금 떨어진 이 호수공원의 산책로는 송정 못을 이용해 선암호수공원처럼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 또 이곳에는 박상진 의사의 동상과 여러 가지 벽화, 옥중절명시비 등이 세워져 박상진 의사를 알리고 있었다. 운동시설과 벤치도 갖추어져 많은 시민들이 오가며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우리 일행 대부분이 처음 와 봤다며 놀라워했다.

트레킹이 끝나고 혼자 생가를 찾아갔다. 생가 주변은 아파트개발지구 공사와 호객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 끝에 덩그러니 매화꽃이 핀 담이 보이고 기와집인 생가가 보여 박상진 역사공원 주차공간에다 차를 세웠다. 역사공원, 호수공원, 생가 안채 마루 벽에도 박상진 의사의 옥중 절명시가 있었다. 많은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이룬 일 없이 간다고 한탄하며 세상 남자들의 기를 죽인다.

“難復生此世上(난부생차세상) =다시 태어나기 힘든 이 세상에/ 幸得爲男子身(행득위남자신) =남자로 태어났건만/ 無一事成功去(무일사성공거)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 가려 하니/ 靑山嘲綠水嚬(청산조녹수빈) =청산이 비웃고 녹수가 찡그리네”

얼마 전에 상영한 ‘말모이’라는 영화가 있다. ‘말모이’는 1911년 주시경 선생이 만들다 미완성으로 남은 우리말 사전의 원고다. 후에 조선어학회에서 전국의 말들을 모으기 위해 펼쳤던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한 권의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그 시대의 지식인들뿐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보태져야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온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

울산시가 태화강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만들기 위한 조성사업에 나선다고 한다. 모두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대나무 공간 20곳과 테마 공간 5곳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울산시는 테마 공원 조성 및 심을 대나무 지원, 대나무 심기, 대나무 관리로 나누어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로 백 리에 걸쳐 펼쳐지는 초록의 울산.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외부에 울산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한 작업도 같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윤경 여행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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