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숲은 작은 손들이 모일 때 이뤄지는 것”
“큰 숲은 작은 손들이 모일 때 이뤄지는 것”
  • 김정주
  • 승인 2019.03.1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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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
황두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
황두환 울산생명의숲 이사장.

 

늘 그래왔듯이 그는 혼자가 아니다. 그에게는 생명과 자연, 음악 그리고 사회봉사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의 명함 변천사는 그래서 흥미를 더한다.

반구동로터리 언저리에서 ‘황두환 내과(중구 화합로 358)’를 29년째 지켜오고 있는 황두환 원장(73). 그의 직함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립의료원 내과전문의(1977) △울산바오로병원장(1990) △객석문화 공동대표(2000) △밝은사회국제클럽 영남지구 총재(2004)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울산생명의숲’ 이사장, 공동대표 직함만큼 인연이 깊고 오래지는 않다. 1999년 이후 2016년까지의 재임기간만 무려 10년이 넘는데다 이번에 또 다시 ‘이사장’ 직함을 물려받았다. ‘울산생명의숲’ 하면 ‘황두환’ 할 정도로 이제 그는 이 단체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창립 20돌 기념 국제심포지엄 21일



황두환 이사장을 만난 것은 의사 가운의 무게감에서 벗어난 토요일(3월 9일) 오후, 선바위도서관(울주군 구영리) 1층 로비에서였다. 그는 이날 울산생명의숲에서 마련한 ‘태화강 꽃과 야생버섯 사진 전시회’도 살필 겸 생명의숲 동아리 ‘버섯탐구회’의 최석영 지도교수(울산대, 이학박사)를 만날 참이었다. 그는 최 교수를 ‘보배 같은 분’이라며 시종 깍듯이 모시려고 애썼다.

사진전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울산과학관 코스모스 갤러리에서 3년차로 열려 반응이 대단했던 전시회. 선바위도서관 측 요청으로 앙코르전 성격으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서는 최 교수가 울산의 산야를 속속들이 누비며 찍은 칼라사진 40점을 선보이는 중이다.

수수한 차림의 황 이사장이 사진기 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복장에 신경 좀 쓰고 올 걸.” 사실 그는 평소에도 ‘가식’과는 거리가 멀다. 옷차림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다.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울산생명의숲이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 그래서 심혈을 기울이는 국제행사가 하나 있다. 한국·일본·대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심포지엄이 그것. 오는 21일(목) 오후 1시부터 울산시의회 3층 대강당에서 울산시와 울산생명의숲 공동주최로 열린다. 주제는 ‘전통숲 보존을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 소나무로 상징되는 우리네 전통숲이 생태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결과일 것이다.



“1천700명 회원, 3천명으로 늘릴 것”



그렇다고 울산생명의숲이 그동안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일은 없다. 20년 명맥을 회원들이 순수하게 월 1~2만원씩 내는 회비만으로 이어온 게 사실이다. 이 대목의 설명은 윤 석 사무국장이 대신 해준다.

“현재 회원 수는 정확히 1천697명입니다. 1천700명을 넘어서서 2천명에 육박할 때도 있었지만 지역 경기가 나빠지면서 잠시 주춤한 상태입니다.”

‘지역 경기가 무슨 상관?’ 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울산생명의숲 회원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고 월회비도 다르다. 일반회원은 1만원, 지도위원은 2만원, 단체·기업회원은 10만원 이상이다. 지역 경기가 단체회원이나 기업회원의 지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대기업 5곳 정도는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다. 매년 수억원을 들여 도시농업상자텃밭나누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롯데정밀화학이 대표적. 그렇다고 SK에너지, S-OIL, 경동도시가스, 현대자동차가 크게 뒤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밖에 대한유화 같은 기업들은 가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또 다른 기업 임직원들은 개인회원 자격으로 활동에 열심이다.

이처럼 호의적인 상황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울산생명의숲과의 고락을 같이해온 황 이사장 개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지닌 남다른 무기는 자연에 대한 애착 말고도 진솔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대인관계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회원 확충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차고도 넘친다. “임기(3년) 내에 회원 3천명을 확보한다는 목표, 꼭 이룰 겁니다.”

울산생명의숲 20차 정기총회가 지난달 18일 열렸다. 사진은 총회를 마친 생명의숲 회원들의 모습.
울산생명의숲 20차 정기총회가 지난달 18일 열렸다. 사진은 총회를 마친 생명의숲 회원들의 모습.

 


대표 성공사례 ‘대왕암 곰솔숲 가꾸기’


황두환 이사장이 지난 10년간 울산생명의숲에 몸담으면서 남긴 실적은 의외로 풍성하다. 물론 윤 석 국장을 비롯한 사무국 식구들의 뒷받침이 큰 밑거름이 되긴 해도 기업 동참을 이끌어낸 ‘대왕암공원 곰솔숲 가꾸기’ 사업과 이제는 널리 알려진 ‘학교숲 가꾸기’ 사업, 아이들도 한데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있는 입화산 야영장’ 조성 사업도 고심의 흔적들이다.

‘업적’으로 여길 만한 사업들은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그는 2011년 산림청으로부터 산림교육전문가(숲해설가) 양성기관으로 인증 받은 사실도 뿌듯한 자부심으로 여긴다. 이 모두 그의 도전의식에 다시 한 번 불씨를 지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자만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이사장은 회원들이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옆에서 뒷바라지해 주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사무국 직원들의 노고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황 이사장의 꿈은 울산을 이름 그대로 ‘생명의 숲’으로 뒤덮는 일이다. 그리고 당장은 ‘한 그루의 나무가 될 회원들을 많이 영입해서 사람의 숲을 이루는 일’이다. 지난달 18일 제20차 정기총회에서 가진 취임 인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걸어온 지가 어느덧 20년이 흘렀습니다.…올해부터는 회의나 작은 강의도 할 수 있는 더 나은 장소에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우리가 사는 곳을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애국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는 큰 숲을 이루는 일은 ‘작은 손들’의 ‘작은 정성들’ 모일 때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은 봉사들이 모일 때 큰 열매가 맺힌다’고도 했다. 회원 확충의 당위성을 힘주어 말한 것이다.



성악 실력 프로급… 특별초청 받기도



그는 고교 시절(부산고교 17회) 검도부를 전국체전 준우승으로 이끈 체육인이지만 실제 꿈은 작곡가였다. 그러나 끝내는 의사의 길을 걷기로 하고 부산대 의대를 졸업한 뒤 조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의대 지망도 실은 바이올린 좋아하는 친구가 음악 같이하자며 꾀는 바람에 한 일이지요. 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도 안 있습니까?”

하지만 그의 전공 외 주특기는 피아노도 작곡도 아닌 성악. 학생시절 외국영화 ‘황태자의 첫사랑’과 ‘물망초’에 나오는 세계적 성악가 마리오란자와 탈리아비니의 음색에 반해 노래를 따라 불러본 것이 주위의 칭찬으로 이어지면서 ‘프로 저리가라’ 할 정도의 실력을 지니게 됐다. 오는 16일엔 박사학위 지도교수의 특별초청으로 광주로 건너가 ‘목련화’와 ‘물망초’를 헌정할 예정.

성악에 버금가는 그의 취미는 등산이다. 등산이라면 재미난 일화가 있다. “10년 계약이 끝난 바오로병원을 그만둔(1990) 후 약 6개월은 자유시간을 즐겼지요. 그때 한국 히말라야 등반대에 합류해 4천m 고지에 올랐을 때 ‘오 솔레 미오’를 혼자 열창하고 있는데 누가 비디오 촬영을 계속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탈리아 등산가라는 그 양반한테서 내 이태리 발음이 본토발음에 가깝다는 칭찬도 다 듣고. 허허~”

가족관계를 묻자 황 이사장은 “스리 볼 낫싱(Three ball nothing!)”이란 말로 답을 대신했다. 1년 연하 구정수 여사와의 사이에 아들 없이 3녀만 두었다는 얘기다. 요즘은 새로 매력을 느낀 인문학 서적 탐독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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