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 혐의 유학생 ‘기소유예’
가상화폐 채굴 혐의 유학생 ‘기소유예’
  • 강은정
  • 승인 2019.03.07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검, 학생 사정 고려… 시민위 의견 존중
울산지검이 울산의 한 대학 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을 가동해 구속된 외국인 유학생의 전후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검찰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 외국인 학생이 처한 사정에 맞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울산지검은 대학교 컴퓨터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가상화폐를 채굴한 혐의(현주건조물 침입 등)로 인도네시아인 A(22)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하되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 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고 선처하는 것이다.

가상화폐를 불법 채굴해 구속된 A씨의 사정은 딱했다.

검찰 조사결과 2014년 이 대학에 입학해 4년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하락해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한 것. 그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해진 A씨는 친구 카드로 몰래 식권을 샀다가 적발돼 장학금이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되자 A씨는 등록금 미납으로 학교로부터 제적 당했다.

결국 A씨는 모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항공권을 구매할 돈 조차 없어 생각해 낸 것이 가상화폐 채굴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A씨가 불법 채굴로 얻은 수익이 20달러였고, 학교 피해 정도도 크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사정이 이렇자 울산지검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사건을 들여다 보기 위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고 A씨의 사정을 논의했다.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피의자를 석방하고 기소유예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울산지검은 이 의견을 존중해 A씨 구속을 취소하고 엄중한 경고와 함께 출국 할 수 있도록 석방했다.

현재 A씨는 고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양형에 대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정하게 검찰 업무를 수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피의자가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그에 맞는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